냄새와 전쟁 나선 축산업 ③ 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
“환경친화적 경축순환농업으로 축산 지속가능성 확보”
가축분뇨, 퇴·액비화 넘어 고체연료 활용
공익직불제 도입 등 정부 예산 확대해야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축산경제)는 협동조합 정신을 바탕으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를 만나 노력과 성과 그리고 과제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편집자>
●축산경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축순환농업이란 용어가 일반인에게는 낯설다.
축산농가가 축산업을 영위하면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수거해 양질의 퇴비와 액비를 생산하고, 이를 지역 내 경종농가에게 공급해 농작물 생산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퇴·액비를 사용한 농업 생산물 일부를 다시 가축사료로 활용하는 환경친화적 순환농업이다.
경축순환농업이 확산되면 가축분뇨의 적정처리를 통해 토양과 수질 등의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즉, 축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에도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전환해 사용함으로써 화학비료를 줄이고 친환경농업을 육성하는 장점도 있다.
●경축순환농업이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 환경오염 논란이 있는 축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에는 가축분뇨를 퇴·액비로 자원화해 땅속으로 환원하는 게 답이다. 대신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가축분뇨를 잘 부숙해야 하고, 논과 밭 또는 원예시설 등에 적절하게 뿌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가축분뇨 유기질 퇴·액비를 사용하면 토양 속 양분 균형이 유지되고 농업생산성도 향상되는 효과도 있다.
가축분뇨 퇴·액비화는 경제적 효과도 크다. 화학비료의 원료 대부분은 해외에서 수입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공급망 위기가 반복되면서 비료 가격의 인상으로 인한 농가 부담도 커졌다. 가축분뇨를 자원화해 이를 대체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순환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축산경제의 역할이다.
●친환경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으로 화학비료 사용량이 감소하지 않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5년 43만9000톤이던 국내 화학비료 판매량이 2021년 46만1000톤으로 5% 가량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화학비료 사용량 증가로 토양과 수질오염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농경지 감소 추세에도 화학비료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화학비료 사용량이 감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화학비료의 이용편의성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현재 농촌은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 무겁고 살포 장비가 필요한 퇴·액비보다는 적은 양으로 쉽게 뿌릴 수 있는 화학비료를 선호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가축분뇨 퇴·액비의 이용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퇴·액비의 단순 생산·판매뿐만 아니라 살포에 대한 지원까지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퇴·액비 살포비 지원을 확대해 경종농가가 저렴하고 편리하게 퇴·액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퇴비유통전문조직을 통해 개별 농가가 직접 운영하는 퇴비사의 가축분 퇴비 생산·살포를 지원하여, 장비와 일손이 부족한 영세 축산농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축산경제 차원에서는 자원화조직별 맞춤형 살포장비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축순환농업에 참여한 농가는 얼마나 증가했나.
기대했던 것보다는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다. 정부가 2023년부터 퇴비유통전문조직 지원예산을 줄이면서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다. 예산 축소와 함께 유류비와 전기료, 개보수 인건비 등 경영비용 상승으로 가축분뇨 자원화 사업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축산경제는 퇴·액비 공급망이 고사하지 않도록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퇴·액비를 살포할 수 있는 농경지 확보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국토 중 경작지 면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 3년간 경작지 면적은 평균 0.9%씩 감소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가축분뇨 처리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그래서 고체연료, 바이오가스화 등 가축분뇨의 처리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대표적인 사례가 가축분뇨를 분리·건조·성형해 고체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축분은 풀사료나 볏짚과 같은 가연성 섬유소가 포함돼 연료로 사용하는데 유리하다. 축사에서 수거한 축분을 압착해 수분을 줄이고 건조한 뒤, 펠릿을 만드는 장치에 넣고 가공하면 고체연료가 완성된다.
지난해 11월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남부발전과 함께 ‘가축분 고체연료 활용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온실가스 발생 등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대신 가축분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축분’을 활용한 고체연료를 하루 4000톤씩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매년 자동차 110만대분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축산 냄새도 단골 민원이다.
농장 스스로 미생물을 활용하고 축분을 발효 정화처리해 냄새를 줄여나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2017년부터 축사의 기존 이미지로 인한 시각적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방취림을 심고 벽화를 그리는 등 다양한 환경개선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축산경제도 이런 노력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비 지원, 컨설팅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해마다 ‘청정축산 환경대상’ 우수농장 선발을 통해 자발적으로 환경개선을 실천하는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이들 농장 사례는 각종 홍보 수단을 이용해 전체 농가로 친환경축산을 확산시키는데 활용된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우수 사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국민들이 그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
●축산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도 많은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축산부문에서 배출되는 주요 온실가스는 메탄, 이산화질소 등이다. 이중 절반가량이 장내 발효되어 배출되고 있다. 이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메탄 저감제를 첨가해 가축의 장내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일정 수준 이상 감소시키는 저메탄 사료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24년 말부터 농협사료는 저메탄 사료를 출시하여 올해 1분기 428톤의 사료를 판매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축산업계 상황은 어떤가.
장기 불황에 축산업계도 자유롭지 못하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줄어드니 가격 유지가 쉽지 않다. 일부는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 형성되는 사례도 있다. 축산경제도 조합원들의 공급 물량을 소화하고 기존 소득을 지지하기 위해 연중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특히 한우의 경우 암소를 중심으로 사육두수를 10만두 가량 줄이는 등 수급조절을 하고 있다.
정부가 축산농가에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가격이 오르면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축산물 수입을 늘려 가격을 떨어트린다. 농가 입장에서 보면 정책으로 인해 소득이 시장가격보다 낮아지는 것이다. 반면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폭락할 경우 소득감소의 고통 대부분을 농가가 감당해야 한다. 공익직불제 등을 활용한 지원이 절실하다.
●축산물 생산단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축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생산비 증가다. 전체 생산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료를 비롯해 전기요금과 부자재 등이 과거에 비해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농가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축산경제의 경영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축산경제도 경영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앞에서 말했듯이 조합원들이 생산하는 축산물 가격 지지를 위해 사실상 적자를 각오한 원가구조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또 국제 곡물가 폭등으로 인상 압박이 커진 사료, 공공요금 인상과 보조금 감소로 적자구조인 도축료 등도 인상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사료·유통·도축 등 계열사 대부분이 사실상 자발적 적자를 기록했다.
민간기업의 경우 납품가와 생산량 조정 등 경영합리화에 나섰겠지만 공익적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 축산경제의 한계다. 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지원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축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축산경제의 탄생 배경이다.
●축산인들 사이에서는 배우자와 자녀가 별도 축협 조합원으로 등록할 수 없는 점에 대해 불만이 많다.
지역농협에서는 농가경영주 부인과 자녀도 조합원으로 받아준다. 반면 지역축협은 가족원이 복수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 농협은 1년에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면 조합원이 될 수 있지만 축협은 조합원 조건이 축산업을 경영하는 자로만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축산업에 종사해도 둘 중 한명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축산인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다.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 등도 조합원으로 등록해 가업을 이어야 한다. 입법 사항이라 가족원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국민과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축산물을 많이 애용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은 가격이 저렴한 수입품보다 우리가 생산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 축산인들도 위생상태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거슬릴지 모르겠지만 축산 관련 예산이 너무 적다. 축산업은 전체 농업분야 생산액의 43%를 차지한다. 이에 걸맞은 예산이 책정돼야 한다.
개방의 피해를 제일 많이 본 분야가 축산이다. 축산인들 스스로 생존을 위한 경쟁력을 갖춰 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어렵다. 트럼프정부 출범으로 국민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시기다.
대담 이선우 기획특집팀장
정리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