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트럼프 행정부 제소…“부당한 대학통제”
“헌법적 권리 침해 행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스라엘주의 등 좌파 색채를 대학에서 지우라며 3조원대 연방 보조금 지급을 동결하자 하버드 대학교가 연방 소송을 제기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하버드대 역사상 처음이다.
수십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 및 계약금을 동결해 대학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불법적으로 학문적 독립성을 위태롭게 한다는 게 소송 이유다.
소송은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에너지부 및 국방부, 그리고 조달청을 포함하여 트럼프 행정부 전반의 기관 및 내각 구성원을 피고로 해 이뤄졌다.
21일(현지시간)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소송을 발표하는 성명에서 “정부의 과도한 권한 행사의 결과는 심각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버 총장은 자금 삭감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연구에는 아동 암, 전염병 발생, 전투에서 부상당한 군인의 고통 완화에 대한 연구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하버드는 소송에서 정부가 대학에 “학문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통제에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압박 캠페인의 일환으로” 자금을 동결했다고 주장했다.
50페이지 분량의 소장에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학 연구에 대해 연방 정부가 왜 대학과 계속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장을 담고 있다. 소장에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이러한 파트너십의 결과로 더 건강해지고 더 안전해졌으며, 연구 결과로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과 싸우는 약물을 개발하고 우주 비행사를 지원하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발전을 하버드에서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하버드는 행정부가 민권법 6조에 따른 반유대주의 우려 사항을 처리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전체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자금 동결 조치부터 취했다고 주장했다.
대학은 또 정부가 동결한 연구와 반유대주의 우려 사항 사이에 “합리적인 연결 고리를 식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버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캠퍼스의 긴장이 위험한 수준으로 높아졌음을 인정한다. 하버드 변호사들은 “하버드의 유대인 및 이스라엘 공동체 구성원들은 악랄하고 비난받을 만한 대우를 받았다고 보고했다”고 썼다.
다만, 이에 대응해 대학측은 캠퍼스 안전을 개선하고, 징계를 시행하고, “편견을 해결하고 이념적 다양성과 시민적 담론을 증진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하버드와 트럼프 정부 간 대립은 3월 말 본격화했다. 정부는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에서 반유대주의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하버드가 이에 반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총 32억달러(3조5000억원)의 연구지원금 중단, 면세 지위 박탈, 외국인 학생 등록 권한 금지 등의 협박을 쏟아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