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윤석열 부부 공천개입 의혹 ‘정조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등 관련자 잇따라 소환조사
김 여사측에 “이른 시일 내 조사 필요” 재차 전달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측에는 이른 시일 내에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동안 오세훈 서울시장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수사에 주력했던 검찰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정조준하고 나선 모습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았는데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전 구청장이 문재인정부 시절 당시 조국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해 1심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당내 논란이 컸음에도 윤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해 공천을 받도록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와 관련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강서구 당협위원장 셋이 (김 전 구청장 공전에) 다 반대하는데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더니 (윤 전 대통령이) ‘저거 지면 민주당 돕는 일 아니냐, 그 사람들 의견 들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김 전 구청장은 2023년 5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구청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석 달만에 그를 사면하면서 김 전 구청장은 그해 10월 보궐선거에 다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출마하기도 했다.
다만 김 전 구청장은 이 의원 주장에 대해 유튜브 등에서 “사실 공천 준 사람이 이준석 아니냐”며 자신의 공천에 대한 윤 전 대통령 개입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김 전 구청장을 상대로 2022년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23일 6.1지방선거에서 포항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던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을 소환조사했다.
문 원장은 당시 포항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김 여사가 낙점했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이 의원은 포항시장 공천에도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특정 인사가 김 여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포항시장 공천을 받을 거’라고 하고 다닌다는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김 여사를 만난 적이 있고, 윤 전 대통령도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들어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신에게 얘기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문 원장은 당시 언론을 통해 “김 여사를 알지 못하고, 만나거나 공천을 부탁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김상민 전 검사도 소환조사했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출마했는데 그가 공천 받을 수 있도록 김 여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씨측은 김 여사가 “김상민 검사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라며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명씨에게 부탁하는 통화 복기록을 공개한 바 있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여사측도 최근 검찰에 변호인 선임계를 내고 소환조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월말 김 여사측에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데 이어 최근 김 여사 변호인에게 관련자 조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조사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재차 전했다고 한다. 다만 구체적인 소환 날짜까지 통보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천개입 의혹이 2022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뿐만 아니라 지난해 총선까지 이어지고, 지난 대선에서 명씨로부터 무상으로 불법 여론조사를 받은 의혹이 제기되는 등 김 여사를 상대로 조사할 내용이 방대한 만큼 검찰청사로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