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치 줄하향에 1분기 역성장 ‘쇼크’…추경증액론 힘 실린다

2025-04-25 13:00:18 게재

해외IB들은 “올해 한국경제 0%대 성장” 전망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현실화하면 더 큰 타격

“재정정책 탄력대응하고 추경 규모 더 키워야”

내수경기 침체에 미국발 관세폭탄 등 대내외적 요인이 겹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올해 한국이 1.0%~1.8%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IB 등 민간기관들은 1%대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로 넘어간 추가경정예산안 규모가 당초 정부가 내놓은 12조2000억원보다 증액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 성장도 만만찮다 =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는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1월 전망(2.0%)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특히 이번 IMF의 한국 성장률 전망은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ㆍ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는 각각 1.8%, 1.6%다.

민간기관들의 전망치는 더 어둡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 캐피탈 이코노믹스(0.9%), 씨티그룹(0.8%), 하이투자증권(0.8%), IM증권(0.8%), ING그룹(0.8%), JP모건(0.7%) 등은 한국 경제가 올해 1%도 채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발 관세 정책의 향배가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6월 초까지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여서 한미 정상간 협상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서로 100%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현재 관세 전쟁 국면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약 0.5%포인트(p)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씨티그룹은 ‘한미 통상 협상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한미 간 통상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미ㆍ중 간 갈등이 계속된다면 관세가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기초체력 떨어진 한국경제 = 트럼프 상호관세 충격이 한국 경제에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최근 들어 경제 기초체력이 약화한 영향도 있다. 2024년 1분기 1.3%였던 분기별 GDP 성장률(전기비 기준)은 이후 3개 분기 연속 –0.2~0.1%에 머물렀다. 여기에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분기 성장률은 –0.2%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사실상 1년 가까이 제로 성장에 빠지는 셈이다.

기초 체력 약화의 핵심은 ‘총고정자본형성’의 정체다. 공장, 설비, 기계, 인프라 등 자본재 투자를 보여주는 총고정자본형성의 실질 GDP 성장 기여도(계절 조정 기준)는 2024년 2분기 -0.4%p, 3분기 0.1%p, 4분기 -0.5%p로 부진했다. 설비투자는 다소 회복됐지만, 건설투자는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연구개발(R&D) 등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성장 기여도가 1년 넘게 ‘0%p’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3년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이어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대기업 적자, 석유화학· 배터리 등 주력 산업 부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따른 건설업 침체 등이 민간투자 활동을 동시에 위축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추경 규모 키워야” = 최근 정부가 추경안을 내놓았지만 내수 경기 진작 등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여야간 국회심의 과정에서 증액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긴축재정에서 벗어난 유연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런 기류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은 “내수와 소비 진작에 효과가 있는 추경이 되도록 대폭 증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35조원 규모의 자체 ‘슈퍼 추경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추경안에서도 최소한 15조원까지는 증액을 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상임위별 예비심사에 착수한 국회에서는 추경 규모가 증액되는 추세다. 24일까지 국회는 추경 예비심사 상임위 8개 중 3곳에서 예산 심의·의결을 완료했다. 외교통일·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3곳에서 총 1조2928억원가량의 예산 증액을 의결해 예결위로 넘겼다.

농해수위는 정부가 제출한 원안보다 총 7388억원을 증액해 의결했다. 농업인 지원을 위해 372억원을 증액하기로 했고,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차액 보전 예산도 828억원을 새로 반영했다. 해양수산부 예산 중에는 서해 잠정조치 수역 내 중국의 무단 철골 구조물 설치에 대한 대응 예산 605억원도 신규 편성됐다. 또 지자체 임차 헬기 지원사업에 106억원, 산불진화차량 확대보급 사업에 54억원,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사업에 59억원 등이 새로 편성됐다. 과방위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출한 원안보다 5128억4천100만원을 증액한 수정안이 의결됐다. 외통위에서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 운영’ 사업 관련 예산에 94억3800만원, ‘국내 동포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 예산에 15억6000만원이 각각 증액됐다.

국회는 상임위별 예비심사를 마치고, 28~29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어 30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를 열어 감액·증액 심사를 한 뒤 이튿날인 내달 1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추경안을 최종 심의·의결하는 게 목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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