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대선 후 추진, ‘인사’는 전문성 위주
윤곽 드러낸 이재명 실용주의
‘중도 지향’ 집권 가능 높이기
“민생 살리는데 색깔이 무슨 의미입니까?”
탈이념을 외쳤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26~27일 호남·수도권 순회경선을 앞두고 ‘실용’을 강조하고 나섰다. 개헌·인사·원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현실성 위주’로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집권 가능성을 높이려는 ‘중도지향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24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 질문에 “합의되는 내용대로 순차적으로 개정해 나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기본권·자치분권 강화와 4년 중임제와 총리추천제 등을 담은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100일 안에 헌법의 주요 내용을 동시에 바꾸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국민의힘 측에서도 국민투표법 개정에 비협조적이라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위한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빠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 늦으면 2028년 총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사 정책에 대해서도 이념과 진영을 배제한 ‘전문성’ 위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가 호남권 순회간담회를 시작한 24일 보수진영에서 활동해 온 권오을 전 의원을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권 전 의원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보수 성향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 2010년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이 후보는 “극단적으로 분열 대립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통합 역량을 모아서 새로운 길을 가야 되기 때문에 특별히 정말, 문제되지 않는다면 많은 분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대표 등과 만나 ‘당선되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을 잘하는 분을 장관으로 모시려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 등 인사문제에서 ‘보수인사’를 포함하는 중도 확장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과 일치한다. 이 후보와 가까운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 후보는 당선될 경우 민주주의 회복과 경제 성장에 적합한 사람인가에 초점을 맞춰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4일 전북 새만금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을 설명하면서 ‘원전’ 정책에 대해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현실론을 폈다. 그는 “향후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AI) 중심의 첨단기술 산업사회로 바뀌어야 되기 안정적 전기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원자력 문제는 전기 공급의 필요성에다가 또 한편으로는 위험성이라고 하는 게 동시에 병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 등이 주장하는 ‘원전 신규 건설 원점 재검토’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유튜브로 내놓은 출마선언에서 “정치는 현장에서 국민의 삶을 놓고 실제로 그 삶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어떤 게 더 유용하고, 더 필요하냐가 최고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