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댄스데이’…오늘은 장애인이 주인공

2025-04-25 13:00:38 게재

강서구 17개 기관과 함께 장애인의날 축하

진교훈 구청장도 춤추며 주민들과 소통

“많이 기다렸어요.” “너무 좋아요. 내년에는 옷을 맞춰 입고 올까봐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나이트클럽. 한낮인데도 번쩍거리는 조명이 비추고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탁자에는 술과 안주가 아니라 물과 이온음료가 놓여 있지만 디제이 유도에 따라 응원봉을 흔들며 신나게 춤을 추는 이들 모습은 여느 나이트클럽과 다르지 않다. 소리를 지르고 서로 손을 붙들고 껴안기도 한다. 대부분 발달장애인과 보호자,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다.

서울 강서구가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당사자와 보호자 등이 춤을 추며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를 열었다. 진교훈 구청장이 무대에 올라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사진 강서구 제공

디제이가 “우리 일꾼 어디 있어요”라고 외치자 반짝이 의상을 입은 진교훈 구청장이 기다렸다는 듯 무대에 올라섰다. 장애인부모회 역대 회장들이 무용수처럼 구청장과 함께 등장했다. 진 구청장 역시 응원봉을 흔들며 춤을 추면서 참가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한껏 흥을 돋웠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는 탁자에 앉아 있는 주민들 곁으로 다가가 춤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25일 강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2018년부터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특별한 잔치를 열고 있다. 성인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지역 내 문화시설에서 또래문화를 경험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준비한 ‘오! 댄스데이’다. 성인 장애인 대부분 텔레비전 시청 등으로 시간을 보낼 뿐 지역에서 여가문화를 즐기기 힘들다는 현실을 감안해 기획했다. 조승아 강서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은 “다른 행사에서는 장애인이 들러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댄스데이에서는 주인공이 돼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댄스데이 구호도 ‘지금 이순간 주인공은 바로 나!’이다.

당초에는 장애인부모회가 주도해 맥주집보다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는데 강서구가 함께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코로나19 시기에 잠시 쉬다가 지난 2023년 재개했는데 주민들 반응은 뜨겁다. 장애인 관련 시설과 복지관 보호작업장 등 14개 기관에서 138명이 참여했다. 장소가 좁다는 의견에 지하 2개 층을 갖춘 나이트클럽으로 옮겼다. 영업에 지장이 없는 낮시간대에 무료로 대관했다. 지난해 17개 기관 243명이 참여했고 올해는 250명 가량을 기대했는데 300명이 몰렸다.

의료진과 구급차, 이동을 도울 자원봉사자까지 배치한 행사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이수진(27·등촌동)씨와 조은아(55)씨 모녀도 누구보다 열심히 즐겼다. 잠깐 음악이 멎고 실내 등이 켜졌는데도 흥분을 쉬 가라앉히지 못했다. 발간 뺨에는 여전히 열기가 가득하고 땀도 채 식지 않았다. 조씨는 “지난해 참석한 이후로 나이트클럽 차가 보일 때마다 얘기를 한다”며 “청춘인데 1년에 한번은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방화동 주민 김상현(24)씨는 이날을 위해 특별한 준비도 했다. 조명을 받으면 반짝이는 청바지와 역시 반짝이 무늬가 있는 셔츠를 마련했다. 닭벼슬처럼 높이 세운 머리 모양도 눈에 띈다. 어머니 이은주(55)씨는 “이날만 기다렸다”며 “마음같아서는 매달 한번씩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댄스데이는 ‘장애인의 날 기념주간’ 행사 일환이다. 구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일주일’로 명명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장애인식 개선 영화 상영부터 가족 이야기 공모전과 정책토론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등이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주민 모두가 사회적 약자를 지역사회 주체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다같이 행복한 복지도시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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