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주주의에 대한 압도적 회복탄력성을 보고 싶다
지난해 12월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 불법적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와 헌법기관 등을 무력화하고 장기집권을 획책했다. 그러나 담을 넘어서 국회로 달려간 국회의원들, 국회로 진입하는 계엄군 작전 차량을 막아선 시민들에 의해 비상계엄은 123일 만에 파면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비상계엄 후 123일 동안 야당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많은 국민들은 처음으로 국회의원 효능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헌재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은 헌법재판관들의 멋진 양심의 결정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투쟁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파면이 있기까지 국회를 비롯한 민주적 언론, 국민들이 보인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민주적 회복탄력성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려는 반헌법적 세력의 불순한 기도에 대해 국민들이 놀라운 회복탄력성을 발휘했기에 내란세력의 음모가 저지될 수 있었다.
파면이라는 헌재의 판결이 내려진 상태에서도 내란세력들은 ‘계몽령‘, ’ ‘경고성 메시지’ ‘홍보용’이라는 말로 왜곡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권자이자 감시자로서 국민의 역할이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만큼 민주적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국민의 실천행동도 여전히 절실하다.
국민들의 투쟁의 결과로 ‘파면’
국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14일 요르단 아카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기후재난 등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갈등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강력한 회복탄력성을 보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17차례 계엄을 겪었다. 모든 계엄 때마다 즉각적인 회복탄력성을 발휘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은 끊임없이 일어섰고 무섭게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발휘했다.
이승만 대통령 12년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엔 1960년 4.19 혁명으로, 신군부 세력의 정권 찬탈과 시민 학살엔 5.18민주화운동으로, 군사독재 세력의 장기집권 획책엔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엔 탄핵촛불로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발휘했다. 이번 12.3 비상계엄에서도 우리 국민은 민주적 회복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수영 시인은 1968년 5월 29일 발표한 ‘풀’이란 시에서 풀은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고 적었다. 여기서 풀은 아마도 우리 국민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탄력성은 어쩌면 지금부터 더 본격적으로 발휘되어야 할 시점이다. 불신이 깊은 사법기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과 심판이라는 역사적 소임을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주권자로서, 감시자로서 국민들의 목소리가 요청된다.
주권자로서 국민의 목소리 요청돼
정치적 측면에서는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에 압도적 참여로 내란을 깔끔하게 종식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적 회복탄력성의 지표가 될 것이다.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6월 3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 회복탄력성을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