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재고 없는데 교체하라고?”

2025-04-28 13:00:38 게재

SKT대리점 앞 줄선 소비자들 폭발

“교체 시간 기회비용 누가 책임지나”

SK텔레콤(SKT)이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한 이용자들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28일부터 유심 무료 교체 지원을 시작했다. 하지만 SKT가 보유한 유심이 교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시민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전국 SKT 대리점 등에는 유심을 교체하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SKT가 “유심보호서비스가 유심 교체와 동일한 피해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이 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유심 불법복제 피해 사례가 발생할 시 책임지고 보상하겠다”며 수요 분산에 나섰지만 소비자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SKT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SKT는 사고 발생 후 약 72시간이 지난 시점에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그마저도 홈페이지 게시 공지로 한정됐다. 유출 규모가 1만명 이상인 경우에는 홈페이지 게시로 대체할 수 있도록 관련법에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통지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SKT가 고객 신청이 필요한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고한 시점에도 가입자 대부분은 해킹 사실을 직접 통보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SKT는 해킹 공격에 대한 24시간 이내 신고 규정도 위반했다.

정부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해킹 시점을 규정과 다르게 접수해 ‘봐주기 논란’을 자초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범정부 차원으로 대처하라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지시도 27일에야 나왔다.

조기대선에 따른 대선후보 선출로 국회 소관 상임위도 대처에 나서지 않고 있다. SKT와 정부가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대목이다.

SKT 한 가입자는 “유심 교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해서 주말에 집 근처 대리점을 찾았지만 재고가 없어 교체하지 못했다”면서 “주중에 다시 가서 줄을 서야 할 것 같은데 그 기회비용과 정신적 피해는 누가 책임을 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등 직접 피해구제에 나선 소비자들도 있다.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는 27일 ‘우리의 개인정보 우리가 지킵니다’라는 공지를 통해 “우리 스스로 나서야 할 때”라며 “유심 정보는 단순한 통신정보가 아니라 복제폰 개통,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등 1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라고 주장했다.

카페의 첫 화면에는 ‘집단소송 참여자 모집 중’ ‘불매운동 준비 중’이라는 공지도 있다. 28일 오전 10시 현재 3800여명이 참여해 집단소송 등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피해보상을 위한 ‘소비자 집단소송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8년 메타는 해킹으로 인해 유럽연합 회원국 내 약 300만개, 전 세계 2900만개 계정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가 약 3800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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