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에 3년 연속 ‘세수펑크’ 우려 더 커졌다
올해 국세감면액 78조원 사상 최대 규모 … 관세 현실화하면 추가 세제지원 불가피
수출입·투자·고용 위축되면 세입 더 줄어 … 세수 결손 2023년 56조, 2024년 30조
미국이 상호관세를 본격 시행하면 올해 국세수입은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년 연속 ‘세수펑크’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관세로 인한 수출 부진이 올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줘 내년 세수도 장담할 수 없다.
올해 국세 감면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78조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상호관세로 인해 수출입·투자·고용이 위축되면 관련 세입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추이에 따라 정부의 세제혜택 확대 등 지원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세입 축소 주요 변수다.

◆성장률 하락, 세입축소 이어져 = 29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5년도 국세수입 여건 분석’을 보면 미국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세입 여건은 전반적으로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GDP 성장률을 2.2%로 가정하고, 국세수입을 전년보다 13.6% 늘어난 382조4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항목별로는 △법인세 88조3000억원(41.2%) △부가가치세 87조6000억원(6.6%) △소득세 126조8000억원(8.0%)이다. 그중 근로소득세는 3조7000억원(6.0%), 종합소득세는 2조5000억원(13.0%) 등이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은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12·3 비상계엄 영향을 고려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GDP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0%로 1.0%포인트(p) 낮췄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각각 1.5%, 1.6%로 직전 전망보다 0.4%p씩 하향 조정했다. 설비투자는 각각 2.6%, 2.0%,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 1.6%로, 정부의 본예산 기준 전망치(3.9%, 2.1%)를 밑돌았다.

◆내년 세입여건도 어둡다 = 보고서는 올해 세입 여건이 악화하면서 3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예정처는 “2025년 경제전망의 하향 조정은 대내적으로 수출 증가세 둔화와 가계심리 위축,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인상 등 통상환경 악화에 기인한다”며 “이는 세입 측면에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설비투자 감소는 기업 경영 활력 저하를 의미하며, 하반기 법인세 중간예납 증가를 제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과 KDI가 예측한 통관수출 증가율은 0.1·0.5%, 통관수입 증가율은 0.9·1.1%에 머물렀다. 정부 전망(6.0%, 4.5%)보다 크게 낮아졌다. 취업자 증가 역시 10만명으로 정부 전망치(17만명)를 크게 하회했다. 결국 통관수출 하향은 법인세, 통관수입 하향은 부가가치세와 관세, 취업자 감소는 근로소득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미국의 관세정책 영향은 가시화되고 있다. 이달 1~20일 미국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었다. 중국(-3.4%), 베트남(-0.2%) 등 주요 아시아국에 대한 수출도 줄었다. 주요 10대 품목 중 반도체를 제외한 승용차(-6.5%), 석유제품(-22.0%) 등 9개 품목이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은 33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2% 감소했다.
한은이 발표한 1분기 실질 GDP를 보면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해 ‘역성장’ 경고등이 켜졌다.
◆주요기업 실적하락 불가피 = 미국은 관세를 오는 7월8일까지 유예하고, 우리나라와 본격적인 관세 조정 협의에 들어갔지만, 기본관세 10%는 계속 적용되고 있다. 특히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는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이에 더해 25%의 상호관세까지 발효되면 반도체·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하락으로 인해 세수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기재부가 올해 세제 감면 규모를 역대 최대인 78조원으로 추산한 점도 세수 결손 우려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감면율은 15.9%로 법정 감면 한도인 15.6%를 넘어섰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추이에 따라 정부가 추가 세제지원을 결정한다면 또 그만큼 세수가 줄어든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기업 실적이 좋아 상반기까지는 법인세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이 하반기부터 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법인세 확정신고 실적을 살펴야 올해 세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년간 90조 펑크났는데 = 한편 이미 우리 세수는 2023년부터 2년 연속 세수 감소로 나라 곳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경기 둔화 여파로 국세가 정부 예산보다 30조8000억원 덜 걷혔다. 2023년 56조4000억원에 이어 2년 간 90조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가 났다. 세수가 줄다보니 나라살림은 105조원 가량 적자가 났다. 내수 침체 장기화에 미국발 관세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올해도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아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의 ‘2024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전년 결산대비 7조5000억원(2.2%) 줄었다. 특히 정부 예산대비로는 30조8000억원(8.4%)덜 걷혔다. 경기 둔화로 법인세가 17조900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서 세수 결손은 2023년 56조4000억원, 지난해 30조8000억원 등 2년 동안 90조원에 달했다.
세수가 덜 걷히면서 정부의 재정 적자 폭은 더 커졌다. 지난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3조5000억원 적자가 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7% 감소한 규모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도 104조8000억원 적자였다. GDP 대비 4.1% 줄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175조2000억원으로 GDP 대비 46.1%로 집계됐다. 여기서 중앙정부 기준 국가채무는 1141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8조6000억원 늘어났다. 정부의 국고채(49조9000억원), 외평채(1조3000억원) 발행이 늘고,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주택채(2조5000억원)발행은 줄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