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우려에 구리 공급난…중국 재고 소진 임박
6월 중순 바닥날 수도
국제 경제에 핵심 소재인 구리가 최근 공급난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중 하나인 머큐리아(Mercuria)는 최근 “중국의 구리 재고가 향후 수개월 내 완전히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에 따라 글로벌 구리 시장이 역사상 가장 심각한 공급 충격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머큐리아에 따르면, 미국 내 구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에서 수입되는 구리를 대거 끌어들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국과 구리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머큐리아 금속광산 리서치 총괄인 니콜라스 스노든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재고 감소 속도라면 중국의 구리 재고는 6월 중순쯤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구리 재고는 21일부터 25일까지 1주 동안 약 5만5000톤 줄어든 11만68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주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이다. 스노든은 “중국은 국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재고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는 구리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충격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머큐리아 금속광산부문 대표인 코스타스 빈타스도 “미국이 처음으로 중국과 구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가격을 급등시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구리 시장에 추가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내 수요 압력과, 구리 스크랩 수입을 위협할 수 있는 보복 관세까지 겹치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구리 ‘덤핑 및 과잉 생산’ 조사 결과를 앞두고, 예상되는 관세 부과 전에 구리를 미리 대량 수입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는 알루미늄과 철강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상업거래소 코멕스(COMEX) 창고의 구리 재고는 이달 들어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뉴욕 코멕스 거래소와 런던 금속거래소(LME) 간 가격 차이가 확대되면서, 런던에서 구리 선물을 매수하고 뉴욕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arbitrage)가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런던과 뉴욕의 구리 가격 차이는 톤당 1200달러 수준에 달한다.
빈타스는 “코멕스에서 구리 매도 포지션을 보유한 트레이더들이 관세 부과 전에 미국으로 추가 물량을 확보하려고 긴급히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보복 관세가 미국산 폐구리 수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폐구리 수출국 중 하나로, 2024년 약 96만톤을 수출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중국으로 향했다. 올해 1~2월 수출량도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영국 원자재정보업체 패스트마켓츠의 금속 애널리스트 앤드루 콜은 “3월~5월 동안 미국산 구리 스크랩의 대중국 수출이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올해 하반기 중국 내 공급 압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머큐리아 측은 “중국 재고가 완전히 바닥나기 전에 시장 가격이 오르면서 추가 수입을 유도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기록적인 구리 수요와 맞물려, 세계적으로 구리 확보 경쟁이 전례 없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