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마지막 고비’ 넘기나
선거법 무죄 확정되면 ‘날개’ … 파기환송 시 자격시비 증폭
유리한 판결·진술 잇따라 … 대세론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
“법대로 하겠지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대법원 선고 날짜가 정해졌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대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1일 오후 예정된 대법원 선고에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이 2심 무죄 선고를 그대로 확정하면 이 후보는 국민의힘측의 정치 공세에서 일단 벗어난다. 반대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되면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전망과 바람은 극명하게 갈린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무죄가 확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대법원은 정치검찰의 억지 상고를 단호히 기각해 사법 정의를 바로세워달라”고 했다. 김앤장 출신의 김한규 의원은 “전원합의체 성격상 일부 대법관이 반대하면 선고 일정 잡기가 어려운데 모두 합의가 되었다는 건 유죄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대법원 입장에서도 신속한 선거법 재판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명분이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유권자를 속인 것에 대한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상식과 정의 그리고 법리에 합당한 판결이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5월 1일은 진실이 거짓을 이기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누구도 선거에서 거짓으로 유권자를 속여서는 안 된다”며 “심지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대선 전에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물론 파기환송된다 하더라도 고등법원의 재선고와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이 후보 출마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만약 이 후보가 대선에 이기더라도 정치권은 재판 지속 여부를 두고 ‘목숨을 건’ 정쟁과 법리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럴 경우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지금과 같은 극심한 갈등은 여야 공수만 바뀔 뿐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 운’ 따르는 이재명 = 최근 이 후보는 ‘재판 운’이 따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증교사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는 1심 실형선고가 무죄로 바뀌며 ‘기사회생’ 했다. 이 후보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지난 8일 대장동 사건 ‘주범’인 김만배씨는 일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씨 역시 1심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와 관련해 ‘부정처사 후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같이 기소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물증인 ‘정영학 녹취록’을 제공했던 정영학 회계사도 지난달 재판부에 수사 초기 검찰에서 했던 진술 상당 부분을 부인하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민간업자 중 검찰 수사에 가장 협조적이었던 정씨가 입장을 180도 바꾼 셈이다.
의견서에서 그는 “강도 높은 수사와 일부 피고인들이 구속되는 상황에서 압박과 두려움 등도 있었다”며 오히려 검찰의 진술 강요나 사전 조작을 암시하는 내용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그동안 재판에서 “검찰의 악의적인 정치 기소”라며 반발해 왔는데 이 후보 주장을 뒷받침하는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 기간 최소 세번 법원 출석 = 이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12일 이후에도 대장동 재판 등 최소한 세번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바로 다음 날인 13일과 27일은 대장동 재판에, 20일엔 위증교사혐의 항소심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위증교사 혐의 결심공판은 대선 당일인 6월 3일 예정돼 있지만, 임시공휴일인 만큼 재판 기일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두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이밖에도 수원지법에서 법인카드 유용과 대북송금 사건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관련 재판들은 아직 공판준비기일 중이어서 이 후보는 출석 의무가 없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5월 12일 예정돼 있지만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 대선 경선기간 중 당 소속 의원의 배우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설령 김씨가 배우자의 선거법 위반과 연동된 당선무효형인 300만원을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이 후보의 출마 자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265조는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 또는 후보자 직계손비속·배우자가 매수·이해유도·기부행위죄를 범함으로 인해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 벌금형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선거구 후보자의 당선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면서도 대통령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는 이 조항의 예외로 두고 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30일 선거대책위 공식 출범에 맞춰 퇴근길 직장인들을 만나 대화하는 ‘슬기로운 퇴근 생활’ 간담회를 갖는다.
일반 직장인들 퇴근 시간 직후인 오후 7시에 금융사무직을 비롯해 IT·출판업계 등에 종사하는 20~40대 직장인들과 민생 현안을 놓고 대화하는 형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의 대선 행보 콘셉트는 ‘경청’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직장인들을 만나 솔직하고 담백한 직장생활 얘기를 듣고자 만든 일정”이라며 “경제중심·현장중심 기조로 준비한 민생시리즈 1번 일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제시한 ‘잘사니즘’ 정책 기조에 관한 설명과 토론도 벌일 예정이다.
이명환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