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입 의혹’ 명태균 이틀째 조사
검찰, 윤 부부 공천 영향력 행사 확인 주력
전날 조사에선 오세훈 관련 의혹 중점 조사
오 시장·김건희 조만간 소환조사 유력 관측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및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9일에 이어 30일에도 명씨를 다시 불러 이틀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첫날 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데 이어 이날 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오 시장에 대한 대면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전날에 이어 30일 명씨를 서울 서초동 청사로 다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조사는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 등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대선 당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총 81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3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비용 대신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창원의창 지역구 공천을 받도록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또 함께 치러진 6.1 지방선거 포항시장, 평택시장,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개입한 의혹도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김상민 전 검사가 창원의창 지역구 후보로 공천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명씨는 전날 오전 검찰에 출석하면서 김 여사가 지난해 4.10 총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연락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고생한 김 전 검사 공천을 도와주라 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바 있다. 그는 “김 여사가 김 검사를 좀 챙겨주라 말하고, 김영선한테 요번에 참고 공기업이나 장관직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타진한 것”이라며 “영부인이 (집권) 2년 차에 전화가 와서 이런 부분을 부탁했을 때 거절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18일 김 전 검사를 소환조사했다. 또 6.1 지방선거에 각각 국민의힘 평택시장과 포항시장 예비후보로 나온 공재광 전 평택시장과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6.1 지방선거와 2023년 보궐선거 서울 강서구청장으로 출마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등도 최근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모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선거 관련자들이다. 검찰은 29일 공 전 시장을 제치고 국민의힘 평택시장 후보 공천을 받았던 최호 전 후보도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이 관련자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이미 김 여사측에 이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오 시장의 소환조사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검찰은 전날 명씨 조사에서 주로 오 시장 관련 의혹을 조사했다고 한다. 명씨는 검찰 조사 후 취재진과 만나 검찰이 오 시장과 관련해 중점적으로 물었다면서 “2021년 1월 22일 주간조선에서 오 시장이 나경원 후보에게 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뒤 오 시장이 오후에 4차례 전화를 걸어와 통화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서울로 빨리 와 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이 명씨 주장이다.
명씨는 2021년 1월 광진구 한 중식당에서 오 시장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이 ‘당선을 도와주면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드리고 싶다’고 했다는 내용이 적힌 진술서를 이날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는 오 시장이 김 전 의원에게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도 주장한다.
오 시장측은 이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명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끊어냈고,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본 적도 없다는 게 오 시장측 입장이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이날 ‘범죄자가 큰 소리치는 사회가 안타깝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명태균은 민주주의의 보루인 선거를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범죄자”라며 “범죄인이 거짓말과 세상 흐리기로 더 이상 우리 사회를 기만하지 않도록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처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과 공관, 오 시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오 시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확보했다. 또 강 전 부시장과 박찬구 정무특보, 김병민 정무부시장 등 오 시장 측근들을 조사해왔다.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곧 오 시장을 소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