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아시아 외환시장

2025-05-07 13:00:43 게재

대만달러 이틀에 동안 9.34%↑

원화, 연휴 기간 약 5% 급등

대만달러와 한국원화가 이례적인 급등세를 보이는 등 아시아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대만정부가 미국 측의 요구인 통화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 등이 반영되면서 미국달러화 대비 대만 통화가치는 최근 이틀간 9.34% 급등했다. 대만달러 절상의 불똥은 한국으로도 튀어 역외 원화가치도 5월 초 연휴 사이 80원이나 급등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 대비 25.3원 급락해 1,380.0원으로 출발했으며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지난 2일 주간 거래 종가 대비 25.3원 급락한 1380.0원에서 출발했다. 원달러환율이 1380원대에서 장을 출발한 것은 지난해 11월 8일(1386원)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9일 원달러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484.1원(종가기준)까지 치솟았던 당시와 비교하면 원화가치는 약 7% 급등했다.

미국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지난 3~6일 사이 원달러환율은 대만달러화 가치폭등으로 1440원에 1360원까지 약 80원 급락하기도 했다. 이 기간 뉴욕 외환시장 등에서는 대만달러 초강세 영향으로 싱가포르 달러도 5% 가까지 급등했고 엔화도 3% 상승했다.

1988년 이후 최대치로 오른 대만달러 급등의 주요 요인은 △미국달러 약세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대만당국이 자국통화 절상을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 확산 △대만 생명보험사들의 미국 자산 헤지 수요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AI 기반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수출 호조) 등으로 분석된다.

대만달러로 받은 보험료(부채)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던 대만 생보사들은 지금까지는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달러 선물환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환헤지를 했지만 대만달러 가치가 급등하자 뒤늦게 미국달러를 팔고 대만달러를 사들이는(달러 선물환 매도) 환헤지에 나서면서 미국달러 대비 대만화 환율이 급락한(대만달러 절상)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되자 대만정부는 미국과 환율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대만달러화의 강세 기대감으로 급격한 외국 자본 유입과 대만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세는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관세협상에 본격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위안화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한편 국내 증권가에서는 급격한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인한 여진을 우려하며 최근 아시아 통화 초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인위적 통화가치 절상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 외환시장 내 아시아 통화 절상 기대감 강화에도 불구하고 원화가치의 추세적 절상이나 대폭적 절상에는 한계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원화가치 급등은 일방적인 원화약세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원화강세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압력이 약화되거나 혹은 순매수세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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