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트럼프 금리인하 압박에도 신중론 강조…3회 연속 동결

2025-05-08 13:00:19 게재

“관세 경제 영향 불확실성 극도로 커져 … 기다려 보자”

인플레 상승 우려 고조 … 기대 인플레 44년 만에 최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도 신중론을 강조하며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했다. 통화정책 결정은 정치적 고려 없이 원칙대로 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파월은 관세정책 영향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졌다며 관세의 경제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강조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아직은 견조한 고용시장 =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4.25~4.50%로 세 번째 동결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는)우리의 직무 수행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우리는 미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수단을 사용할 것이고, 경제 지표와 전망, 위험 균형이 우리가 고려하는 것의 전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급등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때를 놓치지 말고 당장 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박을 지속해서 가해왔다.

하지만 파월 의장을 비롯한 FOMC 위원들은 여전히 견조한 고용시장 상황과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할 때 아직은 금리인하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을 최근까지 피력해왔다.

연준 위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수 있는 주된 배경은 관세정책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자리가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4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17만7000명 증가, 최근 12개월 평균 증가 폭(15만2000명)을 웃돌았다. 실업률도 4.2%로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미시간대가 설문 조사한 소비자들의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4월 들어 6.5%로 상승, 미국이 10%대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1981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동시장 악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준 위원들로서는 인플레이션 상승위험을 무릅쓰고 금리인하 결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창업자는 이날 FOMC를 앞두고 “연준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 중 어느 쪽이 더 문제가 될지 기다리며 지켜보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보면 당분간은 노동시장보다는 비용(물가)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명서에서 재확인된 불확실성 “실업·물가 더 오를 것” = 5월 FOMC 결과 연준은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4.25~4.50%로 3회 연속 동결 결정했다. 연준의 양적긴축(QT) 속도 또한 지난 3월 FOMC에서 축소하기로 결정한 국채(50억달러), MBS(350억달러)의 기존규모로 유지됐다.

“순수출 변동이 데이터에 영향을 줬지만, 최근 지표들은 경제활동이 계속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어 왔음을 시사한다”며 현재 경기에 대한 평가를 3월과 동일하게 유지하되 순수출에 대한 언급을 추가했다.

5월 FOMC 성명서에 따르면 관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미국 경기 관련 문구가 달라졌다. 지난 성명서에서의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했다(Uncertainty around the economic outlook has increased)”는 이번에는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증가했다(Uncertainty about the economic outlook has increased further)”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강화됐다. 또한 3월의 “위원회는 이중책무의 양 측면에 대한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The Committee is attentive to the risks to both sides of its dual mandate)”는 문구는 해당 내용에 더해 “실업과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위험이 더 커졌다고 판단(judges that the risks of higher unemployment and higher inflation have risen)”이란 단락이 추가됐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5월 성명서의 특징을 “△순수출의 변동이 데이터에 영향을 줬다는 점이 새로 추가 △실업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위험이 커졌다는 판단이 새로 추가된 점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다소 높다’, 향후 금리 조정과 관련해서는 ‘규모와 시점’을 고려하겠다는 표현이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 점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 멘트가 수정(커졌다→더 커졌다)된 점 등”으로 요약했다.

◆당분간 기다린다 = 각종 주요 경제 지표에 관세 충격이 아직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미 연준은 당분간(for the time being) 명확성이 커질 때까지 기다려 본다(Wait & See)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과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악화된 것은 분명하다. 물가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는 징후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고 자동차 가격의 상승이다. 두 달 연속 하락하던 중고차 가격지수(만하임 중고차 가격지수)는 4월 전월비 2.7%, 전년 동월 4.9% 급등했다. 전년동월 기준으로는 지난 22년 8월(8.4%) 이후 최고치이다.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 영향으로 중고차 가격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미 연준의 양대 책무로 강조되는 물가지표와 실업률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낮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6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는 전날 30.5%에서 20%로 하향 조정됐다. 7월에 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약 95% 정도를 반영했다. 대체로 월가 대형은행들은 올해 7월 또는 9월 등 두차례 정도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주 강세에 뉴욕증시 소폭 상승 마감 = 한편 이날 뉴욕증시는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발표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회견 내내 하락과 반등을 거듭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된 장세를 지속하다가 장 마감을 앞두고 상승 폭을 높이고 소폭 강세로 장을 마감했다.(다우 +0.70%, 나스닥 +0.27%, S&P500 +0.43%, 러셀2000 +0.33%)

파월 의장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경고와 함께 향후 경제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졌다는 발언이 있었음에도 미·중 양국의 무역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소식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규제 폐지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코스피는 반도체주 강세로 소폭 상승세로 장을 출발했다. 코스피는 전일보다 7.47포인트(0.29%) 오른 2581.27로 시작해 오전 9시 38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대비 4.05포인트(0.16%) 오른 2577.85에서 거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6.27포인트(0.87%) 오른 729.08이다.

원달러 환율은 8일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달러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1400원 턱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와 같은 1398.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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