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프리랜서들 “우리도 노동자다”

2025-05-08 13:00:30 게재

외주제작사 PD 등 3차 집단 진정 … 고용지청별 엇갈리는 노동자성 판단

노동자로 일하지만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고용노동부에 3차 집단진정을 제기했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등은 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3차 집단 공동진정 및 노동자 오분류 관행 대안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노노모 제공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등은 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국 ‘무늬만 프리랜서’ 제3차 집단 공동진정 및 노동자 오분류 관행 대안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을 빼앗긴 ‘무늬만 프리랜서’가 곧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됐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이번 진정에는 10년간 KBS ‘생생정보통’ PD로 일한 최 모씨를 비롯해 7개 직군, 전국 12개 사업장에 근무하는 프리랜서 50여명이 참여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외주제작사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고용부 서울남부지청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며 이날 재진정을 했다.

참석자들은 “지난해 3월과 8월 두차례 집단 공동진정을 냈는데 고용청이 노동관계의 실질을 보지 않고 계약서 위주로 판단하는 관행으로 억울하게 권리를 찾지 못한 노동자가 많다“면서 ”고용청이 형식적 요소만 중시해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동안 확인된 비임금 노동자만 862만명에 달하고 이 중 99%는 사업자등록증도 없이 사업소득자로 분류됐다”고 비판했다.

1·2차 진정 결과 콜센터 상담원 교육생, 유튜버 기획자는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라는 판단이 처음 나왔다.

지난해 7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이 콜센터 교육생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교육생의 부당해고까지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반면 대구·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불인정을 유지하면서 판단이 갈리고 있다. 심지어 같은 회사 소속인데도 지역별로 판단이 달라졌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유튜버에 고용돼 영상 편집과 기획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는 “매년 무늬만 프리랜서로 오분류된 노동자들은 늘어나는데, 작년부터 진정을 제기해도 고용부는 위장 사건에 대한 통계도 수집하지 않고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면서 “위장에 대한 페널티가 없다보니 식당 아르바이트 노동자,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이주·난민 노동자도 사업자로 위장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방송사의 지휘 감독을 받으며 일했지만 오요안나씨가 쓴 프리랜서계약서는 족쇄가 돼 모든 권리를 박탈했다“며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보편적 권리 보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락준 변호사(변호사전락준법률사무소)는 “CJ 대한통운 하청업체 소속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어를 모르는데 회사가 이런 점을 악용해 3.3% 사업소득세를 차감하고 심지어 고용보험 명목으로 돈을 차감하기도 했다”며 “이는 명백한 업무상 횡령”이라고 지적했다.

헬스트레이너의 노동자성 사건을 대리하는 전승희 노무사(노무법인 삶 공인노무사)는 “특정 직업군의 노동자가 노동자성 진정을 제기하면 일단 기대하지 말라고 시작한다”면서 “현대 사회의 노동자가 노예도 아닌데 고용부는 현실에 실재하기 어려운 노예급 종속성을 가져야만 근로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와도 맞지 않는 그 기준을 고용부 스스로 세워 고집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효중 노무사(노노모 노동자성연구분과장)는 “올해 10월부터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돼 고용부에서 노동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관련 기관·단체의 장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며 노동자 오분류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후보들은 노동자 오분류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위장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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