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바라카원전 공사비 갈등 국제분쟁 비화
한수원, 런던중재소에 한전 상대 중재 신청
추가 공사비 1조4천억원 책임 주체 놓고 갈등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비를 놓고 갈등했던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협상이 결렬됐다. 양측의 갈등이 ‘국제망신’이란 따가운 여론에도 국제 분쟁으로 비화된 것이다.
7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날 런던국재중재법원(LCIA)에 한전을 상대로 바라카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추가 공사 대금을 정산해달라는 중재 신청을 했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원전은 한국이 2009년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으로 당시 수주 금액만 약 20조원이었다. 한전은 사업의 주계약자이고, 한수원은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았다.
지난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가면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최종 정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앞서 한수원은 발주사인 UAE와 사업 시행자인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일련의 추가 작업 지시 등을 근거로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는 ‘클레임’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양사는 이후 5월 6일까지를 유보 기간으로 정하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수원은 한전의 100% 지분 자회사이지만 독립 법인으로서 한전과 체결한 계약인 만큼 발주처 정산과 별개로 서비스에 대한 정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전은 이익을 공유하는 ‘팀 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먼저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이미 각각 국제 분쟁에 대비해 로펌을 선임해 둔 상태다. 양사가 각각 수백억원대 법무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갈등의 원인은 수주 때 미처 예상치 못한 대규모 추가 건설 비용을 누가 떠안을 것인지다. 한수원으로서는 추가 비용을 한전에서 정산받지 못하면 향후 1조40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 경우 법적 배임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 한수원의 입장이다.
한전은 만일 발주처인 UAE측에서 추가 비용 정산을 전혀 받지 못한다면 1조4000억원대 손실을 추가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 사업 시행자인 한전이 관리하는 바라카 원전의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재무제표상으로 한전의 ‘UAE 원전 사업 등’ 항목의 누적 수익률은 2023년 말 1.97%에서 작년 말 0.32%로 뚝 떨어진 상태다. 누적 손익은 2023년 말 4350억원에서 작년 말 722억원으로 급감해 한수원이 요구하는 1조원대 추가 비용까지 반영하면 적자 사업이 되게 된다.
다만 양측은 중재 과정에서도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조기 타결 가능성이 열려있다.
한전 관계자는 “양사는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고자 분쟁중지협약을 맺고 쟁점에 관해 협상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계약상 중재 절차에 따라 양사간 분쟁을 해결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중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대화와 협상의 길을 열어놓고 분쟁해결 대안을 적극 모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도 “이번 클레임이 협상으로 타결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향후 중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화와 협상의 길은 열려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