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바이오시장 불확실성, 국내 기업 대응 방향은

2025-05-09 13:00:03 게재

생물보안법 유사안 재추진 가능성 … ESG 강화가 생존 전략

올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바이오 거버넌스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미 행정부의 생물보안법 개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 움직임은 글로벌 바이오기업의 규제 환경과 투자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유럽-중국 중심의 기술 패권주의는 더욱 심화되고 바이오산업의 정책, 규제, 인허가 부분에서 각국의 대응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의 대응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관련해서 ‘바이오코리아 2025’ 국제 컨벤션이 열린 8일 서울 코엑스에서 ‘글로벌 바이오 거버넌스’ 주제 토론회가 주목받았다.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바이오코리아’에서 글로벌바이오거버넌스 주제로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공

◆미국내 약가인하 정책, 국내 기업 기회로 작용 = 미국발 글로벌제약바이오시장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미행정부는 제약보건산업 관세 22%를 언급했다. 물론 국가 간 관세협상을 통해 변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국내 산업에게는 도전적 과제가 된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정책은 방향을 어디로 갈지 분명하지 않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미국 법률사무소의 호르헤 A. 골드스타인 대표 등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제약바이오 관련 관세나 각종 규제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질문한다면 “아직 모른다고 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시적인 정책 방향들이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의약품 인하정책 부분은 바이든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호르헤 A. 골드스타인 대표는 “트럼프 정부는 바이든정부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폐지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지난달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을 우선시해 다시 한 번 약값 인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모든 걸 다 뒤집어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행정명령을 통해 의약품과 관련해 비용 절감 확대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호르헤 A. 골드스타인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캐나다의 의약품 수입을 위한 승인 프로그램을 간소화했다. 매우 충격적”이라며 “다른 나라도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시밀러 신속심사 진행과 메디케어 재정 안정화 추구, 그리고 지불모델도 시험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어날 일에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특허전문가인 카를라 김 변호사는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 제기되는 오리지널 제약사의 소송이 트럼프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접근성 향상 및 약가 인하 정책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는 50~60% 정도 깎여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로 진입하도록 하는 것 등 기업 전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정책 변화 중 글로벌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생물보안법안’이나 ‘유사법안’이 다시 힘을 받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의회 임기가 새로 시작하기 전까지도 상원에서 이 법안의 표결은 부쳐지지 않았고 법안의 전망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중국기업과 단절 시점을 약 8년 후로 유예한 수정안이나 유사법안이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에서 상당한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또 광범위한 미 정책 의제인 일자리 및 제조업 보호가 이 법안의 방향과 맥락을 같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김 변호사는 “생물보안법안은 트럼프 정부 어젠다와 결이 맞다”며 “상원 통과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주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ESG 경영, 글로벌기업 기본사업 인식 필요 =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규제 환경 속에서 품질 규제 준수와 지속가능한 경영을 동시에 실천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 기준 준수는 단순한 법적 요구를 넘어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포함하는 ESG 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FDA, EMA, MFDS 등 주요 규제기관 기준을 충족하는 동시에 ESG경영을 내재화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본다. cGMP 인증이 ESG 경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지 준비해야 한다.

이날 오후 ‘지속가능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인허가를 위한 전략’ 주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바이오 기업들은 친환경 생산 공정 도입, 품질과 안전성 확보, 윤리적 경영 및 규제 준수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는 “ESG경영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2020년 월드이코노믹 포럼에서 ‘더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ESG 경영 필요성이 대두됐다.

최 전무에 따르면 로슈의 ESG 경영은 연구개발 과정에 굉장히 포커스한 ESG 경영을 하고 있다. 환경은 에너지 사용량 감축, 폐기물 재활용 등 기업마다 비슷한 트렌드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질병 데이터를 공유하고 다른 기업과 협업하고 특히 암 희귀 질환 등에 적극 참여해 공공 보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어떤 생활화하는 보상시스템을 도입했다. 2023년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 지수 1위를 기록해 상을 받았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는 전략이 된다.

GSK는 백신을 생산을 하고 있는데 백신연합과 협력이 중요한 역량이 된다. 말라리아 백신 보급을 세계보건기구를 통해 우선 공급도 한다. 보상시스템에 더해 내부 고발 제도를 만들어 ESG 경영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을 때 고발하도록 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최 전무는 “ESG 경영은 2020년 이후 기업경영의 차별화, 전체 사회 가치에 기여하기 등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세계로 나가고 선진화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ESG는 필수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인증기관에 ABC등급을 받는 전략을 세우고 지속적인 관심과 트렌드를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민우 팜마스피어 부대표는 브라질 나트라 회사를 소개했다. 창립 초기부터 ESG 경영 실천했다. 아마존 밀림이 파괴를 반대하고 보존지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에 초점을 뒀다. 웹 사이트에 들어가면 ESG 관련 활동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회사 거버넌스가 투명하게 나와 있다. 지금 한 8조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 됐다.

나 부대표는 “기업들은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도록 요구받는 것에서 나아가 하나의 기관으로서 더 위대한 사회적 자산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나 부대표는 불확실성 높은 미국 상황에서 △공급망의 취약성 및 경쟁시장과 경쟁사 확인 △공중 보건 관점에서 취약환자군과 희소성 확인 △좋은 현지 파트너 맺기 등을 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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