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시장, 일라이릴리 1위 노린다

2025-05-09 13:00:03 게재

약효·가격·공급망 3박자 앞서

릴리 47%·노보 40% 전망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릴리)가 비만 치료제 시장 선두주자인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노보)를 빠르게 추격하며 주도권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 경쟁에서 후발주자였던 릴리는 더욱 강력한 약효와 공격적인 유통 전략, 안정적인 공급망을 앞세워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7일(현지시간) 릴리는 자사의 비만 주사제 ‘제프바운드(Zepbound)’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제품은 노보의 ‘위고비(Wegovy)’보다 2년 늦은 2023년 11월 미국에서 출시됐지만, 2024년 한 해 동안 49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위고비의 매출 82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은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매출이 오는 2027년 노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릴리 주가는 올해 초 대비 30% 이상 상승한 반면, 노보 주가는 같은 폭으로 하락했다.

릴리가 실시한 비교 임상에 따르면 제프바운드 복용자는 평균 20.2%의 체중을 감량했고, 위고비 복용자는 13.7%를 줄였다. 제프바운드 사용자 중 3분의 1은 25% 이상 체중을 줄여, 위고비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공급망에서도 릴리는 한발 앞섰다. 노보는 공급 부족으로 위고비를 미국 정부의 ‘공식 부족 목록’에 올려야 했고, 그 사이 복제 조제약이 대체 수요를 흡수했다. 반면 릴리는 2023년 10월까지 공급을 정상화했다. 릴리는 또한 저용량 제프바운드 주사제를 399달러에 온라인으로 직접 판매하는 전략을 도입하고, ‘힘스앤허즈(Hims & Hers)’와의 제휴로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가격 역시 주요 변수다. 헬스데이터업체 IQVIA에 따르면, 미국의 비만 치료제 처방 중 절반 이상은 환자가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위고비의 월 정가는 약 1350달러, 제프바운드는 약 1000달러로 상대적 가격 경쟁력도 릴리에게 유리하다.

신약 파이프라인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노보의 차기 후보 ‘카그리세마(CagriSema)’는 우월적 효과를 검증하지 못했고 이 결과 발표 당일, 노보의 주가는 20% 급락했다. 최근 개발한 릴리의 경구용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공복 상태가 아니어도 복용할 수 있고, 제조 단가도 낮다.

다만 두 기업 모두 미국 내 생산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장 건설에는 최소 3~4년이 걸리는 만큼, 단기간 내 공급망 이전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장은 낙관적이다. 애널리스트들은 2030년까지 릴리가 전체 시장(900억 달러 이상)의 47%를, 노보가 4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선두 자리를 지켜온 노보 노디스크에게도 반전의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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