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달러 급등, 아시아 탈달러 신호탄일 수도

2025-05-09 13:00:05 게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대만달러의 최근 급등과 아시아 여러 국가 통화의 절상은 역내 탈달러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네덜란드은행 ING 외환전략가 프란체스코 페솔은 투자자메모에서 “역사적으로 달러표시 자산에 노출이 큰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수주 동안 달러가치 약세로 외환 타격을 입었다”며 “이들 국가 기업들은 달러 헤지 비중을 늘리고 미국자산 투자에서 벗어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썼다.

지난달 24일부터 달러 대비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대만달러는 5일 1달러 30.15였다가 8일 종가기준 30.26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아시아 투자자들이 달러자산에서 멀어지는 추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대만은 이런 현상의 첫번째 국가라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글로벌외환리서치 책임자인 조지 사라벨로스는 대만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투매와 대만달러 급등을 ‘대만 효과’라고 명명했다. 그는 6일자 메모에서 “이같은 혼란은 아시아 다른 국가들이 달러자산을 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고사격(warning shot)’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맹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교역국들에 대한 트럼프정부의 적대적 태도가 탈달러 움직임을 촉발했다고 지적한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금융서비스회사 ‘게이브칼’ CEO인 루이-빈센터 게이브는 6일 블룸버그에 “지금 우리가 처한 세계의 새로운 현실엔 외국에 대해 극도로 약탈적인 미국정부가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37조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으며 관세로 그 구멍을 메우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브는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많은 국가의 전통적인 대응은 미국채 같은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것이었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이 바뀌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위기상황에서 더 이상 미국을 믿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슈테판 앵그릭은 “대만달러의 급등 상황은 동아시아 금융시스템을 면밀히 주시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는 세계 최대규모의 국제 순투자자들의 본거지이기 때문에 환율변동과 헤지전략 변화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더 큰 움직임을 이끌 수 있다”며 “대만달러와 일본엔화, 한국원화는 여전히 심각한 과매도 상태다. 투자자들이 달러리스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동아시아를 훨씬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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