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오는데…산불폐기물 처리율 10%
경북도 5개 시·군, 폐기물 154만톤
120여개 처리업체 총동원 '역부족'
경북도 등 지자체, 6월 말 완료계획
8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신덕리. 지난 3월 22일부터 28일까지 경북 북동부지역에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마을이 초토화된 지역이다. 당시 화마가 마을을 덮쳐 수십가구의 주택이 불에 탔다. 드문드문 성한 집도 있지만 전체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산불이 완전 진화된 지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산불이 삼킨 흔적은 여전했다. 마을입구 사과저온창고로 보이는 건물터에는 집게도구가 장착된 포크레인 대형 중장비가 건물잔해를 뜯어내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검게 타 폭삭 주저앉은 샌드위치 패널 안쪽에는 새까맣게 탄 사과들이 남아 있다.
이 마을 안쪽 곳곳에는 흙과 시멘트벽돌, 기와조각, 목재 등이 뒤죽박죽 뒤엉켜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마을 골목 안 주택에는 소형 포크레인이 타고 남은 잔해들을 모은다.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타다 남은 집의 잔해들이 곳곳에 쌓여 있어 산불의 악몽이 되살아난다”며 “곧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불에 탄 잔해들이 빨리 치워지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다시 찾아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작은 항구를 앞에 두고 해안절벽 급경사 지역에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 따개비마을로 불리는 이 곳은 산불이 진화 된 지 40여일이 지났으나 철거작업은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는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형 중장비가 들어갈 수 없어 완전 철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같은 날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폐기물 처리업체에는 산불폐기물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산불피해 조사가 끝난 지난달 20일부터 2만여톤의 각종 산불폐기물이 들어와 공장 야적장은 포화 상태다. 기존 야적장으로는 부족해 추가로 야적장 임시허가를 받아 그나마 버티고 있다. 이 곳으로 들어오는 폐기물은 온갖 폐기물이 뒤섞여 있어 재분류 작업을 거쳐야 한다.
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는 “의성군 지역 4개 폐기물 처리업체가 풀 가동돼 산불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지만 처리용량을 넘어설 정도로 밀려 들어와 언제까지 다 처리할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초대형 산불로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안동 의성 청송 영덕 영양 등 경북도내 5개 시·군은 산불 뒷수습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산불피해 통계를 낸 1986년 이후 최대 면적인 9만9289ha가 불에 탔고 주택 3819채가 전소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탓이다.
이들 지자체는 산불로 발생한 총 154만톤의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철거 전문 업체 80개사와 운반·처리업체 40개사, 차량 244대를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일 기준으로 재난폐기물 약 12만3245톤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지역별로는 안동이 48만톤, 영덕이 47만톤, 청송이 45만톤 등이다. 이어 의성은 11만톤, 영양은 3만톤 에 그쳤다.
다행히 최근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액이 통과되면서 처리비용 1381억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받게 돼 5개 시·군의 재정부담문제는 해소됐다.
문제는 현장의 처리능력이다. 철거가 마을단위로 진행된 후 일정량의 폐기물을 적환장에 모아 운반하는 작업특수성 때문에 폐기물처리가 철거율 보다 낮게 되는 점을 감안해도 일부 지역은 너무 더디다.
철거율은 6080개소 가운데 2401개소를 처리해 39.5%에 달했다. 지난달 17일 재난피해조사가 끝난 직후부터 철거에 들어간 안동은 48.5%이고 의성은 44.9%다. 영덕은 51.4%로 절반가량 철거했다. 그러나 청송은 7.2%, 영양은 0.9%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5개 시·군 전체 처리율은 1일 평균 8%에 못미친다. 안동은 5.73%, 의성은 20.3%, 영덕은 15.21% 등이다. 청송은 0.15%로 저조했고 영양은 지난달 27일부터 처리를 시작했다.
경북도는 5개 시·군에 임시적환장 55개소를 지정해 운영하고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해 늦어도 본격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인 오는 6월말까지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전량 처리할 방침이다. 이경곤 경북도 기후환경국장은 “가용자원을 총동원하고 환경부, 5개 시·군과 협력해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하루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