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동차시장, 중국 브랜드 점유율 80%
자동차연구원 보고서
현대차 24%에서 급락
합작·위탁생산 필요
러시아 자동차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자동차 점유율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부상한 만큼 우리나라 업체들의 러시아 자동차시장 재진출 가능성이 관심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9일 이러한 내용의 ‘러·우 전쟁 발생 후 러시아 시장 변화와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이 중국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됐다면서 한국 업체 등이 과거의 높은 점유율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 전인 2021년 러시아 신차 판매 점유율은 1위 현대차·기아(24.4%), 2위 러시아 브랜드 라다(22.4%), 3위 폭스바겐(13.3%) 4위 르노(8.2%), 5위 도요타(6.1%) 순이었다. 하지만 2024년에는 1위 라다(27.8%)에 이어 체리(20.4%), GWM(14.2%), 지리(12.3%), 창안(7.0%) 등 중국 업체가 2~5위를 휩쓸었다. 또 2024년 상반기 러시아 신차 수입국별 비중은 중국이 80%에 달했다.
러시아 자동차 산업분석 기관 오토스탯이 러시아 차주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중국차 소유자 65.3%는 중국차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수용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글로벌 제조사가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해도 과거의 높은 점유율을 쉽게 회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아직 높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오토스탯이 러시아 차주 약 56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27.6%는 ‘어떤 경우에도 중국차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27.5%는 ‘대안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구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중국차가 꺼려지는 이유로는 과한 가격(17.8%), 품질 부족(15.3%), 신뢰성 부족(9.4%), 예비 부품 조달 문제(9.6%) 등을 꼽았다.
러시아 정부가 글로벌 제조사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돼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월 러시아는 외국 자동차 제조사의 재진출 허용 조건으로 러시아내 지사 설립을 비롯 러시아 주도의 합작투자, 엄격한 현지화율 달성, 모국의 대러 제재 해제 등을 제시했다.
러시아의 수입차 억제 정책으로 중국차 업체들도 현지 생산·유통망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러시아 시장 리스크로 인해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보고서는 "고비용·고규제 환경을 고려하고 러시아 기업과의 협업 범위를 세분화해 합작·위탁 생산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