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보수 빅텐트? 스몰텐트도 만만찮다
단일화 놓고 김문수와 국민의힘 지도부 갈등 격화
이준석-이낙연 아우르는 빅텐트 사실상 물 건너가
6.3 대선이 2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범보수진영이 유일한 희망으로 꼽았던 빅텐트(후보단일화) 무산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빅텐트는커녕 스몰텐트도 불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민의힘은 후보교체도 불사하겠다며 김문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압박하지만, 김 후보는 응할 뜻이 없어 보인다. 대선 링에 오르기도 전에 범보수가 자멸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후보등록 마감(11일)을 이틀 앞둔 9일 스몰텐트 대상인 김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는 단일화 논의에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8일 2차 회동까지 가졌지만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빅텐트(김문수+한덕수+이준석+이낙연) 구성 논의는 시작도 못해본 채 스몰텐트 단계서 주저앉을 상황인 것이다.
6.3 대선은 ‘윤석열 탄핵’으로 초래된 만큼 범보수진영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5~7일 조사,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에서 ‘정권교체’ 52%, ‘정권재창출’ 39%로 나타났다.
범보수가 불리한 판세를 뒤집을 카드로 고심한 게 빅텐트다. ‘반이재명’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을 끌어모으면 ‘탄핵대선’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앞서 조사에서 스몰텐트 성사를 전제로 한 3자 가상대결을 벌이자 이재명 43%, 김문수 29%, 이준석 7%였다. 한 전 총리를 넣으면 이재명 44%, 한덕수 34%, 이준석 6%였다. 빅텐트까지 성사된다면 ‘산술적’으로는 이 후보에 맞설만한 ‘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빅텐트는커녕 스몰텐트도 어렵게 되면서 범보수를 뒤덮은 비관론은 더욱 커지게 됐다.
후보등록이 임박했지만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국민의힘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는 9일 오전 열리는 의원총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단일화를 요구하는 의원들과 격론이 예상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이 넘어가는 늦은 단일화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당원 열망에 어긋나며, 당의 선거 역량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11일 이전에 한 후보와 단일화를 해달라”고 거듭 압박했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 뜻과 무관하게 이날 오후 4시 종료되는 여론조사(당원 50%+국민 50%) 결과로 최종 후보를 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전 총리가 앞서는 결과가 나올 경우 김 후보 대신 한 전 총리를 공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재원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은 9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 출연해 “경선은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마음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건 무효”라고 반발했다. 김 후보는 전날 후보 지위 확인을 구하는 가처분도 법원에 신청했다.
구 여권 인사는 8일 “빅텐트로 시너지를 내도 탄핵 대선이란 약점을 극복하기 어려운 판에 스몰텐트조차 불발된다면 2007년 대선에서 진보가 겪은 꼴을 (보수가) 되풀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0%에 그쳤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8차례 대선이 전부 70~80%대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유독 2007년 대선만 투표율이 저조했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실망에다 대선을 앞두고 범진보세력이 분열하면서 민주당 지지층이 대거 기권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시 대선에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는 531만표 차이로 패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