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 ‘관봉 5천만원’ 출처 확인 난항
검찰 현장 조사 ··· 한은 “경로 기록 없어”
경찰, 통일교 전 본부장 ‘횡령 의혹’ 수사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에서 압수한 5000만원 현금 다발 출처를 조사하기 위해 한국은행을 방문했지만 지급 내역이 따로 기록되지 않아 규명이 어렵다는 답을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이 8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씨 자택에서 발견된 5000만원 ‘사용권’은 서울 강남 소재 발권국에서 검수하고 포장했는데 언제,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 알 수 없다고 되어 있다.
한은은 금융기관에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 일자와 권종 △금액만 기록하고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따로 기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디로 나갔는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한은은 사용권의 경우 시중에 풀렸다가 은행으로 돌아온 화폐를 검수해 통용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포장한 화폐를 말한다고 밝혔다. 한번도 유통되지 않는 신권 묶음은 제조권으로 구분한다.
앞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서초구의 전씨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1억6500만원을 발견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이 비닐로 포장돼 있었다.
이 포장에는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일련번호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3일 후인 2022년 5월 13일이란 날짜가 찍혀 있었다.
돈의 출처에 대해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기도비로 받았는데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뭉텅이로 돈을 갖다주면 쌀통에 집어넣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한은을 찾아 뭉칫돈의 지급 방식과 기재 정보 등 설명을 요청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돈이 정부기관 특수활동비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씨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 모씨로부터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해 금품을 제공받고 청탁했는지 수사 중이다.
한편 윤씨는 과거 통일교 산하 재단 이사장으로 근무할 당시 수십억원을 빼돌린 횡령 의혹 고발 사건과 관련해 경기북부경찰청 수사도 받고 있다.
고발인 주장에 따르면 재단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받은 기부금 330억원 중 169억원가량이 재단 임직원들이 설립한 법인에 투자됐는데 이사장이었던 윤씨가 투자 대상 법인들과 특수 관계에 있어 수십억원을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재단측은 이에 대해 투자비로 거론된 169억원은 재단 운영 건물 리뉴얼 비용을 착오한 것으로 실제 투자비는 102억원이고 증빙 서류를 갖추고 있어 공시누락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의혹을 제기해 온 측에서 현 상황을 악용해 자신의 주장을 펼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통일교측은 최근 사안은 윤 전 본부장 개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통일교측은 “윤 전 본부장은 3년 재직 후 교단 결정에 따라 2023년 사임했고 이후 후임자에게 관련 사업이 승계되지 않았다”며 “교단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조사는 한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