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막장 보수 단일화에 무너진 TK

2025-05-12 13:01:04 게재

보수 단일화는 막장 드라마로 끝이 났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한덕수 예비후보는 대통령 출마 의사를 철회했다. 막장 드라마도 이보다는 나은 결말일 것이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는 5월 1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내려놓고 그 다음 날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보수논객들은 한 후보와 김 후보의 보수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당연하게 단일화를 추진했던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단일화 무산 직후 비상대책위원장직에서 사퇴)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계획은 처음부터 헝클어졌다.

김 후보측은 ‘후보 끌어내리기’라며 반발했고 11일 후보자 등록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 후보는 정반대였다. 11일 이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 짓고 만약에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후보자로 등록할 것이라고 했다. 11일 이전까지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11일 이후면 자동 단일화”라며 역공을 펼쳤다.

보수진영 내부 전쟁으로 확전한 대선 전쟁

이 때부터 대선전쟁은 보수진영 대 민주당 진영이 아니라 보수진영 내부전쟁으로 확전되었다. 김 후보측은 후보자 교체를 당 지도부가 하지 못하도록 지난 7일 ‘대선후보 확인, 전국위 금지’ 가처분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신청했다. 9일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권영세 권성동 지도부는 10일 새벽 시간에 비대위 회의를 거쳐 김 대선 후보의 지위를 취소하고 한 후보를 입당시키고 새로운 후보자 공모에 들어가 한 후보로 지도부 의결까지 마무리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분노한 당원들은 후보 교체 적합성을 묻는 당원 여론조사에서 예상과 달리 한덕수 후보로의 교체에 더 많은 반대로 응답했다. ‘일주일의 단일화 막장 드라마’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단일화 효과는 고사하고 보수진영은 그리고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어떤 타격을 입었을까.

우선 막장 단일화 과정에 ‘무너진 TK민심’이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지난 5~7일 실시한 NBS조사(전국10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2.1%.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의 3자대결 구도를 가정했을 때 누구를 지지할지’ 물어보았다.

결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3%.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29%,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7%로 나왔다. 전체 지표는 이 후보가 2위인 김 후보를 14%p 앞서는 것으로 나왔는데 지역별로 들어가 보면 더욱 심각해진다. 서울과 인천경기 수도권에서는 이 후보가 김 후보를 각각 20%p 앞섰고 부산·울산·경남(PK) 지역에서 이 후보 31%, 김 후보 34%로 팽팽한 결과로 나타났다. PK는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실상 막장 단일화 과정이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치명적인 지역은 대구경북(TK)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 강세지역인 호남에서 무려 73%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김문수 후보는 TK에서 49%의 지지를 받아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는 TK지역 지지율은 26%로, 지표로만 보면 10명 중 3명의 지지층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일화 파장으로 무너진 대구경북이다.

보수 TK민심과 MZ세대 마음까지 놓쳐

여기에 선거구도까지 악화되고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구도다. 같은 NBS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기존 야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2%, ‘정권재창출을 위해 기존 여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9%로 나왔다. 직전 조사보다 차이가 더 벌어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기존 야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58%로 거의 10명 중 6명 가까이나 된다. 보수는 막장 단일화로 보수의 아성인 ‘TK민심’과 함께 MZ세대의 마음까지 놓치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