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시장, 관세 충격에 '불안'

2025-05-12 13:00:15 게재

단기채권금리 하락에도 장기채권금리 상승세 … 소비자대출 비용 부담도 커져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국가 부채를 보여주는 광고판이 31조달러를 표시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지난 9일 의회가 휴회하는 8월에 미국이 차입 한도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7월 중순까지 부채 한도를 늘리거나 유예할 것을 정중히 촉구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하락했던 주식시장은 반등세를 보였지만, 미국 국채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4월 2일(현지시간) 관세 발표 이후, 장기물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약 4.37%까지 상승했다. 반면, 단기물 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둔화에 대응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하락했다.

이처럼 단기 금리는 하락하고 장기 금리는 상승하는 움직임을 월가에서 는 ‘스티프닝 (steepening)’이라고 부른다. 이는 회사채 금리는 물론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를 높이는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통 미국 국채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단기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예상을 반영해 움직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 전망과 분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과 금리가 낮아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 때문에 이러한 전망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데에 따른 위험 보상으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금융시장에서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라고 부른다.

또한 투자자들은 미국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되는 국채 물량 증가로 인해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며, 장기 국채 매입에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의회는 최근 대규모 감세안을 추진 중이지만, 지출 삭감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지출 삭감 없이 감세안을 통과 시킨다면, 미국 재정 적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하고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다면 장기 금리도 결국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는 금리 하락 폭이 제한될 수 있으며, 이는 주택담보대출 등 실물 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책 주택담보금융업체 프레디맥(Freddie Mac)에 따르면, 30년 고정금리 모기지의 5월 둘째 주 평균 금리는 6.8%를 기록해, 한달 전보다 소폭 상승했다.

기간 프리미엄도 최근 4년 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수십 년 만에 재출현한 2021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됐으며, 작년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다시 한 차례 급등했다. 트럼프 정책이 물가 상승과 재정적자 확대를 유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한 것이다.

4월 관세 발표 이후, 국채 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에서는 매도세가 나타났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정책을 완화하면서 금리는 다소 안정됐지만, 기간 프리미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간 프리미엄의 재조정은 쉽게 되돌려지지 않을 것”이라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은 단순 수사(rhetoric)의 변화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인플레이션 억제 신뢰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무부도 최근 시장 상황에 보다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2023년에는 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확대했지만, 장기 금리 급등 이후 발행 속도를 늦추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전 재무장관 제닛 옐런 당시 재무부가 장기 채권을 더 많이 발행하지 않은 점을 비판한 바 있지만, 향후 채권 발행 규모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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