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계곡정비 vs 무한돌봄·GTX

2025-05-12 13:01:10 게재

전직 경기지사 간 대결 성사

재임 시절 도정 성과 재조명

쌍방 ‘망언집’ 비방전도 예상

제21대 대선에서 전직 경기지사 간 대결이 성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국정운영 능력을 판단할 근거로 두 후보의 도지사 재임시절 도정 성과가 재조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0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1일 각각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남도문화벨트 골목골목 경청투어에 나선 이재명(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전남 영암군 학산면 독천낙지거리를 일정을 마친 뒤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영암 연합뉴스

이 후보는 35대 경기지사였고 김 후보는 32·33대 재선 경기지사 출신이다. 두 후보 모두 ‘경북’ 태생이다. 이 후보는 경북 안동, 김 후보는 경북 영천이 고향이다. 이 후보는 세번째, 김 후보는 두번째 대선에 도전한다.

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지역 도지사 출신 후보가 대선에서 맞붙는 것은 역대 최초다. 그러다보니 두 후보의 재임시절 도정 실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정운영 능력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후 민선 7기(2018~2022년) 경기지사를 지냈다. 그의 대표적인 정책은 보편적 복지와 지역화폐를 결합한 ‘기본소득’이다.

성남시장 시절 도입한 ‘청년기본소득(청년배당)’과 ‘무상 산후조리’ ‘무상교복’, 이른바 3대 무상복지는 경기도정으로 이어져 도 전역으로 확대됐다. 김동연 현 지사도 이를 이어받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사이다’란 별명도 이 후보가 도지사 재임 때 붙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방역지침에 협조하지 않는 신천지 교단에 강제 역학조사를 지시하고 자신이 직접 이만희 교주를 찾아 나서는 저돌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을 동원해 계곡과 하천 곳곳을 점령하고 있던 평상·야영장 등 불법시설물을 정비해 도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전국 시·도지사 도정평가에서 역대 경기지사로는 최초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문수 후보는 민선 4·5기(2006~2014년) 경기지사를 역임했다. 김 후보는 도지사 취임 직후부터 ‘대수도론’을 꺼내며 대선의 꿈을 키웠다. 그는 당시 ‘대수도론’에 대해 “서울·경기·인천이 공동 생활권임에도 행정구역 위주의 행정으로 주민 불편을 가중시켜왔다”며 “도쿄권 베이징권처럼 광역화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대심 철도(수도권광역철도·GTX)’였다. 김 지사가 도입한 GTX는 현재 A노선이 개통됐고 B~E노선까지 추진되며 수도권 전역으로 뻗어가고 있다. 유일하게 경기지사 재선을 지낸 김 후보의 또 다른 대표정책은 ‘무한돌봄’이다. ‘무한돌봄’은 위기에 처했거나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의료·주거 등 복지지원을 집중하는 대표적인 선별복지사례로 꼽힌다. ‘경기도 구석구석 바로알기’ ‘24시간 언제나 민원실’ ‘민원전철365’ 등 현장행정도 김 후보가 내세우는 도정 성과다.

양측의 치열한 네거티브전도 예상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대후보가 정해지자 ‘망언집’을 냈다. 이재명 후보 캠프는 11일 ‘김문수 망언집’을 공개했다. 도지사 재임 시절 한 강연에서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를 두고 ‘쭉쭉빵빵’이라고 표현하고 다른 자리에서 고전소설을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성적 묘사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국민의힘도 ‘이재명 망언집’을 냈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표일 때 계엄·탄핵 정국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폈다는 내용과 ‘현행범 체포’ ‘몸조심하라’는 등 부적절 발언이 추가로 담겼다. 이 후보가 선거에 나설 때마다 보수진영에서 공격해온 ‘형수와 전화통화’ 중 부적절한 발언도 다시 제기될 수 있다.

한편 경기지역 정가에선 드디어 ‘경기지사는 대선무덤’이란 징크스가 깨졌다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의회 한 관계자는 “여야 양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경기지사 출신들이 맞붙는 만큼 이번 대선은 ‘경기지사 무덤론’이 ‘대망론’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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