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흔드는 ‘이재명 파기환송’

2025-05-12 13:01:16 게재

14일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 … 출석 여부 불투명

26일 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 회의서 격론 전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의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 판결이 나온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법부를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 중심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법관대표회의는 임시회의를 열고 대법원 전합의 초고속 재판과 함께 정치권의 사법부 독립 침해에 대해 입장 정리를 할 예정이다.

12일 법조계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4일 오전 10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연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심리·선고해 사실상 대선에 개입했다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청문회도 열기로 했다.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치적 중립·사법부 독립 논란 = 증인으로는 조 대법원장과 판결에 관여한 대법관 11명이 전원 채택됐다. 대법원 수석·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 판사들도 여럿 포함됐다.

이들이 실제로 증인으로 출석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서석호 변호사를 비롯해 이성민 법원공무원노조 위원장, 서보학(경희대)·이준일(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관련 헌법소원을 낸 조영준 변호사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실제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법관들이 자신이 맡았던 재판과 관련해 국회 등 법원 외부의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주된 시각이다.

실제로 국회 국정감사나 현안질의 등에도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행정처 간부들만 출석할 뿐 대법원장이나 다른 대법관, 재판연구관 등은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다.

이 후보 재판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문제도 있다. 대법관들이 청문회에 나가 판결에 관해 발언한다면 그 자체로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인 파기환송심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비슷한 이유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은 청문회와 유사한 국정감사·국정조사가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후보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은 선거법 사건의 법정 선고기한 내 처리를 강조해온 기존 입장에 따른 집중심리 결과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의 심리·선고를 서둘러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을 실마리를 제공한 게 잘못이라는 주장, 민주당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지나친 침해라는 견해가 동시에 제기된다.

◆법관대표들 논의 결론 주목 = 이런 가운데 ‘이재명 파기환송’ 관련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전국 법관 대표들이 임시회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임시회의에 다룰 구체적인 안건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대법원 초고속 판결로 촉발된 대선 개입 논란과 재판 독립 침해 우려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시회의 소집 논의가 나온 배경이 이 후보 사건을 대법원이 초고속으로 판결한 것에서 촉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 개입 논란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이 후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례적으로 신속한 선고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 후보 사건 상고심 절차를 두고 비판이 나왔다. 일부 법관들은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 조 대법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해당 판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법관들도 입장을 표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법관들이 사법부 신뢰 회복에 한 목소리를 낼 경우 조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관들이 나서 이 후보 사건 재판 결과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로 이번 임시회의 소집 과정에서 법관 대표의 상당수는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청문회 이후 이어지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에 따라 법관들이 사법부 권한 침해와 재판 독립에 관한 메시지를 내놓을 수도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일 회의에선 격론이 예상된다.

법관대표회의는 회의가 길어질 경우 추가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장시간 회의가 지속돼 시간이 부족한 경우 안건 추가 검토를 위한 요청이 있으면 속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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