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이스탄불 평화회담 불참키로
젤렌스키와 담판 무산
보좌관급 대표단 파견
트럼프도 불참 결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담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크렘린궁은 14일 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보좌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를 단장으로 하는 협상 대표단을 파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 본인 이름은 명단에 포함하지 않았다.
대표단에는 메딘스키 외에도 미하일 갈루진 외무차관, 이고리 코스튜코프 러시아군 총정찰국(GRU) 국장,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이 포함됐다. 이들은 2022년 3월 이스탄불 협상 당시에도 러시아 대표로 참여했던 인물들이다.
이번 대표단 구성은 당시 중단됐던 협상을 다시 이어가겠다는 러시아 측 의지로 해석된다.
여기에 GRU 조린 1부국장, 대통령실 포도브레옙스카야 부국장, 외무부 폴리슈크 제2국장, 국방부 셰프초프 부국장 등도 포함돼 전문가 중심 협상이 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11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조건 없이 직접 회담하자고 제안해 이목을 끌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직접 푸틴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참석을 요청해 3자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자신 대신 고위 관료를 보냄으로써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 담판은 사실상 무산됐다.
크렘린궁이 협상 전날 밤 푸틴의 불참을 공식화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도 이스탄불 참석을 취소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당국자는 푸틴이 협상단 명단에 자신을 포함시키지 않은 직후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 “푸틴이 참석한다면, 나도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결국 그의 부재로 참석 의사를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설립한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플랫폼을 통해 “푸틴이 회담에 나오지 않는다면 이 회담은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미국은 대신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를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스탄불에 파견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안탈리아에 도착했으며, 이후 이스탄불 협상장으로 이동해 유럽 주요 외교 수장들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회담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불분명하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직접 협상을 법으로 금지했고, 2024년 5월부로 임기가 종료돼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러시아 측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를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상 전날 저녁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 측 인사가 누구인지 확인한 후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결정하겠다”면서 “우리는 어떤 형태의 회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는 것은 202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협상은 실질적 성과 없이 중단됐으며, 양국 간 군사 충돌은 계속됐다. 기대를 모았던 이번 협상도 푸틴, 젤렌스키, 트럼프 등 핵심 인사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외교적 상징성과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