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안 두고 미 공화당 분열 양상
연 3.7조달러 감세안 놓고
당내에서 반대 의견 분출
미국 하원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개인 소득세 감세 법안 심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재정 부담, 사회안전망 축소, 지역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며 당내 분열이 표면화되고 있다.
하원 세입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도입된 감세 조치의 연장을 핵심으로 한 개인 소득세 패키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감세법안(One Big Beautiful Tax Cut)’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법안은 연간 3조7200억달러의 추가 세수 부족이 추산되며, 현재 36조2000억달러인 미국 국가 부채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원 세입위원장 제이슨 스미스(공화·미주리)는 “이 감세법안을 통과시켜 제2의 트럼프 경제 호황을 열겠다”고 강조했지만, 민주당 간사 리처드 닐(민주·매사추세츠)은 “이는 억만장자를 위한 감세일 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공화당 내에서도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현재 법안은 SALT(주 및 지방세 공제) 공제 상한선을 연간 3만달러로 설정하고 있는데, 뉴욕·캘리포니아 등 고세율 주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것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상한선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뉴욕 출신 마이크 롤러 의원은 “현행안은 기대에 못 미치며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 인상을 약속했지만, 공화당이 발의한 이 감세법안에는 해당 내용이 제외됐다. 공화당 내부의 강한 반발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법안은 고소득자 증세 대신,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소득세 면제, 고령자 대상 표준 공제 확대 등 중산층과 특정 계층을 위한 감세 조항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일부 자동차 대출 이자에 대한 감세 등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공약이 다수 반영돼 있기는하다. 그러나 이는 추가 세수 감소로 이어져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관세 수입으로 일부 보전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70% 이상의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는 사실상 소비자·기업에 대한 간접 증세로 작용해 감세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관세 수입이 기대보다 낮을 경우, 감세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정 보전을 위한 지출 삭감 방안도 논란이다. 공화당은 메디케이드와 SNAP(식품 보조 프로그램) 등 사회안전망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일부 지원을 주정부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약 2조달러의 예산 절감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예산국(CBO)은 이 조치로 약 770만명이 메디케이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대한 자금 지원 차단, 대학 기금에 대한 과세 인상, 전기차·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폐지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전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메디케이드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의회 내 재정 보수 성향 의원들은 사회복지 지출 삭감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으며, 일부는 세입자 확보 방안을 명확히 하지 않은 데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반면 당 지도부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통해 당내 결속과 대선 전략 모두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오는 5월 26일 메모리얼 데이 이전 표결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공화당은 소득세 감세안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60표 요건 없이 단순 과반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 조정 절차(reconciliation)’를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상원에서 공화당은 53석만 확보한 상태로, 일반 입법 절차로는 필리버스터를 피하기 어렵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