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주택분양 수요 두달째 뒷걸음
무역긴장에 공급위축 겹쳐
4월 민간주택 판매 663건
무역 긴장이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가 약화되면서 싱가포르의 민간 주택 판매가 2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URA)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중 개발업체들이 판매한 민간 주택 수는 66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3월에 판매된 729가구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전년 동월(301가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고가의 부동산 시장 중 하나인 싱가포르의 부동산 시장은 올해 초 가족 단위 구매자와 투기 수요가 교외 지역 분양에 몰리며 강한 출발을 보였으나, 최근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 경제에 대한 성장 위험과 함께 분양 프로젝트 수가 줄어든 것이 시장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서남부 비즈니스 파크 인근의 한 신규 프로젝트는 4월 한 달 동안 전체 분양 물량의 3분의 1도 판매하지 못했다. 인근의 또 다른 주거용 부지 역시 정부에 의해 매물로 나왔으나,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어떠한 입찰도 받지 못한 채 유찰됐다. 시내 중심 해안가 인근에 위치한 대형 개발 프로젝트 ‘원 마리나 가든스(One Marina Gardens)’는 전체 937가구 중 약 40%만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저조한 수요는 향후 시장이 직면할 도전 과제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도심 지역에서는 향후 더 많은 고급 콘도미니엄이 분양될 예정이지만, 이러한 고가 분양물은 전통적으로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가격 부담과 학군 등 기반 시설 부족으로 외면받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수요 또한 2023년에 단행된 인지세(Stamp Duty) 급등으로 크게 위축된 상태다.
올해 1분기 민간 주택 가격은 올해 1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0.8% 올라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그 속도는 다소 둔화됐다. 지역별로는 도심 외곽 지역(RCR)이 1.7%, 중심 지역(CCR)이 0.8%, 외곽 지역(OCR)이 0.3% 상승했다. 이러한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체 거래량은 전 분기 대비 2.3% 감소한 7261건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 집권 여당은 최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직후, 주택 부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으며, 민간 개발용 부지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정부 토지 판매 프로그램(GLS)을 통해 8,505세대의 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는 2021~2023년 평균 공급량보다 약 60% 증가한 수치다. 또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약 2만6300세대, 2028년 이후에는 약 2만9200세대의 주택이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DBS은행은 올해 주택 가격 상승률을 기존 13%에서 01%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무역 긴장과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를 반영한 것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