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올 여름 ‘강제 정전’ 경고
전력수요 늘고, 공급은 줄어
미 전력당국 “전력망 노후”
올 여름 미국 곳곳에서 정전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전력수요는 급증하는데 전력망이 뒷받침하지 못해 ‘강제 정전’까지 예고되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4일(현지시간) ‘규제 당국, 미국 대부분 지역 여름 정전 위험 높아져’ 제하 기사에서 북미전력신뢰성공사(NERC)의 예측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NERC에 따르면 미국내 전력수요는 2024년 여름부터 급격히 증가해 전년 증가율의 두배 이상을 기록했다. 미국은 2025년 여름철에 지난해 여름보다 10기가와트(GW)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대 1000만가구에서 계속 전기를 켜놓을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이러한 전력수요 급증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데이터센터와 제조공장의 증가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데이터센터와 제조공장은 공공서비스기관이 신규 발전소를 가동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의 경우 2015~2024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연평균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4년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약 180테라와트시(TWh)로 세계 45%를 차지한다. 미국 전체 전력소비의 4%가 넘는다.
폭염에 따른 가정과 사업장의 에어컨 사용량 증가도 전력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반면 노후 가스 및 석탄 발전소 폐쇄로 전력공급은 줄어들 전망이다. NERC는 향후 10년간 화석연료 발전소 115GW 규모가 폐쇄될 것으로 추정한다.
또 국가의 노후화된 전력망도 전력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NERC 보고서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급격한 전환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협하는 문제로 진단했다.
2024년 한해동안 풍력과 태양광발전이 대규모로 전력망에 추가됐다. 하지만 이러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들이 노후화된 전력망에 24시간 내내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전력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미국 전력시스템의 중추인 전력선과 변압기망의 기본적인 업그레이드를 완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부품, 자재 및 숙련된 기술자 부족으로 신규 변압기의 유지보수와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NERC 보고서를 인용해 “노후화된 전력망으로 인해 수요가 많거나 공급이 부족한 기간동안 운영 예비력이 부족할 위험이 있다”며 “강제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