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10C·라팔·F-16·MiG-29…하늘에서 충돌한 네나라

2025-05-16 13:00:08 게재

인도와 파키스탄 공중전의 이면

무기 체계가 보여준 지정학 현실

2021년 2월 3일 인도 벵갈루루의 옐라한카 공군 기지에서 열린 ‘에어로 인디아 2021’ 에어쇼에서 인도 공군의 라팔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7일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벌어진 공중전은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었다. 그날 하늘에 오른 전투기는 중국의 J-10C, 프랑스의 라팔(Rafale), 미국의 F-16, 러시아의 MiG-29. 공중전에 등장한 네 종류의 전투기는 각기 다른 외교 전략과 군사 동맹의 결과였다. 단순한 무기의 격돌이 아니라 세계 안보지형의 실루엣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였다. 인도는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했고, 5월 7일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 파키스탄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날 파키스탄 외무장관 이샤크 다르는 “J-10C 전투기가 인도 전투기 5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라팔 3대, MiG-29, Su-30MKI, 무인기 1대가 포함됐다. CNN, BBC, 로이터는 라팔 1대 이상 손실 가능성을 보도했다. 프랑스 정보당국도 이를 확인했다. 인도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공식 발표를 자제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4개국 전투기의 무력 충돌인 동시에, 지정학의 반영이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8일자 보도에서 “이 네 기종은 각국의 외교·안보 선택을 반영한 상징”이라 평가했다.

◆인도, 다변화 시도한 중간 강국 = 인도는 오랜 시간 러시아제 무기에 의존해 왔다. 냉전기 소련과의 전략적 동맹의 흔적이다. Su-30MKI, MiG-29, MiG-21 등은 여전히 인도 공군의 중심 전력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무기 조달 정책이 크게 바뀌었다. 프랑스와 미국,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까지 인도 무기 수입의 72%가 러시아산이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러시아의 점유율은 36%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프랑스는 33%로 급부상했다. 인도는 2020~2022년 프랑스 다쏘(Dassault)사와 라팔 36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2025년 5월 6일 추가로 26대를 들여오는 계약도 맺었다.

미국과의 군사 협력도 강화됐다. 인도는 2023년 제너럴일렉트릭(GE)과 자국산 테하스 전투기용 엔진 공동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MQ-9B 가디언 드론 31대 도입 계약도 성사됐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보잉은 과거 F-16, F/A-18을 제안했으나, 인도는 결국 프랑스를 선택했다. 프랑스는 고급 무기 체계와 정치적 비개입주의가 강점이었다.

◆파키스탄, 미국에서 중국으로 갈아타 = 파키스탄은 한때 미국과의 긴밀한 군사 관계로 F-16을 주력기로 보유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아프간 전쟁을 지원하며 F-16 40대를 제공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테러 연루 의혹과 외교적 마찰로 협력은 약화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군사 지원을 대부분 중단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F-16 업그레이드를 승인했지만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그 자리를 중국이 메웠다. SIPRI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파키스탄 무기의 81%는 중국산이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함께 JF-17을 공동 개발했고, 이후 J-10C 도입에 나섰다. J-10C는 4.5세대 전투기로 AESA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를 탑재했다. 프랑스 라팔, 미국 F-16 블록 70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중국은 완전한 시스템 통합을 강조했다.

J-10C가 발사한 PL-15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사건의 핵심이다. 사거리 200km 이상, 속도 마하 5 이상. 능동위상배열(AESA) 유도 방식을 사용하는 이 미사일은 자율 추적이 가능하다. 수출형 PL-15E는 150km 사거리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PL-15가 라팔을 격추한 무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고음 울리는 대만과 한국 = 이번 공중전은 대만에도 강한 경고였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INDSR)은 “중국은 전투기, 조기경보기, 지상 레이더, 통신망을 네트워크로 통합해 J-10C가 레이더를 켜지 않고도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는 통합 작전 개념, 즉 ‘네트워크 중심전(NCW)’의 실전 사례다. 대만은 고급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연동성과 작전 시스템이 취약하다. 일부 조기경보기는 협동 교전 기능조차 없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는 미티어(Meteor), AIM-120D 등 서방제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의 PL-15에 대응할 국산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아직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술 격차보다 체계 연동의 유무가 전장을 좌우할 것”이라 말한다.

◆“중국의 침묵이 더 위협적” = 중국은 J-10C가 라팔을 격추했다는 주장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만 해군 전 부사령관 리란닝은 “중국의 침묵이 오히려 더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무기 실전 성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신중한 행보로 읽힌다.

J-10C와 PL-15는 더 이상 ‘저가형 대체품’이 아니다. 세계 무기 시장에서 라팔과 F-16의 대안이 되고 있으며, 성능은 이미 실전에서 드러났다. 다만 파키스탄이 지금 같은 기조를 유지하려면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군사 전문가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파키스탄이 신형 전투기에 100억달러를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공중전은 단순한 무기 기술의 경쟁이 아니다. 외교 선택, 동맹 구조, 통합 작전 능력의 총체적 결산이다. 세계 각국이 ‘어떤 무기를 얼마나 가졌는가’보다 ‘그 무기를 어떻게 연동시키고 운용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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