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 5년마다 도돌이표'대선공약' 이번엔? | ① 서울·경기권

“경기 북부 불균형·서울 한복판 땅꺼짐, 외면 말라”

2025-05-19 13:00:14 게재

38년째 쳇바퀴 ‘경기도 분도론’ … “경쟁력 강화 방안 제시돼야” 서울, 5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30.4% … “지하 안전대책 절실”

6.3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한결같이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적자원을 비수도권으로 옮겨 민간분야의 연쇄 이동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이 수도권 일극체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과 함께 수도권의 국제적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서울·경기권 안에서도 소외와 불균형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지 오래다. 특히 경기 북부권은 남부권에 비해 산업화 등에서 뒤처지면서 ‘북부 소외론’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일극화의 정점인 서울시도 대선 때마다 주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입장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13대 대선부터 제기된 경기북도 설치론 = 경기도 ‘남·북부 간 불균형 해소’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의제다. 대표적인 정책은 경기도를 남과 북으로 나누는 ‘분도론’이다. ‘경기도 분도론’은 1987년 제13대 대선 때 처음 나온 이후 각종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됐으나 흐지부지됐다.

2021년 기준 경기도의 GRDP는 전국 광역단체 중 1위지만 경기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눠보면 2위와 8위로 차이가 난다. 경기북부는 수도권 규제, 접경지역 규제, 환경 규제 등으로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가 낙후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민선 8기 들어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법안을 내고 국민투표를 행정안전부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사실상 무산됐다.

최근 인천일보·경인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가장 시급한 현안을 묻는 질문에 ‘수도권 광역철도망 확충(35.8%)’ 다음으로 ‘북부특별자치도 분도 추진’(20.5%)을 꼽았다. 경기도 내부의 공감대가 있다는 반증이다.

경기도지사 출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관련 입장이 엇갈려 눈길을 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북도 설치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고 김문수 후보 역시 최근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인터뷰에서 “경기도를 나누면 오히려 발전이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18일 경기도 맞춤형공약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전격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경기북도 설치를 통해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적 비전을 수립하고 혁신적인 지역경제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국가가 주도해 경기북부에 산업과 SOC 대개발을 과감히 추진하고 접경지역에 평화경제특구를 조성, 평화산업과 녹색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미군반환 공여지와 주변지역도 국가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노민호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는 “경기북부의 소외감 때문에 ‘경기 분도’ 문제가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채택됐지만 재정여건 등을 감안할 때 분도가 되면 더 좋아질 거란 확신을 주지 못했다”면서 “경기북부의 정치·경제·재정 역량이 강해지면서 상황이 바뀔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땅꺼짐 45.4%가 하수관 손상에서 =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서울시도 정부와 대선 주자의 입을 주목한다. 노후 상하수관로 정비사업 지원이 그중 핵심이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시설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 하수관로 총길이 1만866㎞ 중 50년 이상된 하수관로가 3300㎞(30.4%)에 달한다. 30년 이상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전체의 55.5%에 해당하는 6028㎞가 노후 관로로 분류된다.

하수관 교체는 최근 급격히 나타나고 있는 땅꺼짐(지반침하·싱크홀) 사고와 직결된다. 하수관 구멍과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나온 물이 땅속 흙을 쓸어가면서 빈 공간을 만들고 땅이 내려앉는 현상을 낳는다.

“경기북도 설치”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파주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파주시민 소통 간담회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경기도 제공

실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땅꺼짐 사고 총 867건 가운데 하수관 손상이 원인인 경우가 394건(45.4%)으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돈이다. 시는 매년 약 2000억원을 들여 노후 하수관로 100㎞ 가량을 정비하지만 노후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하수도 특별회계 예산 외에 재난관리기금 등을 활용, 교체 속도를 높이려 하지만 이마저도 한정된 재정 여건으로 인해 적기에 정비가 어려운 상황이다.

신속한 정비를 위해 시는 노후상하수도 정비에 국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이유로 2009년 이후 특별시 하수도사업을 국고보조 대상에서 제외했다. 석촌호수 지반침하 사고로 긴급정비가 필요했던 2015~2019년 한시적으로 국비를 지원했지만 2020년 이후엔 다시 중단됐다. 상·하수도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보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 특별시의 국고보조금 지원 기준을 광역시 수준과 동일하게 바꾸는 내용이다. 정부는 그러나 수년째 재정 자립도 및 타 지자체와 형평성 등을 이유로 서울시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 역시 지하안전 문제와 관련, 적극적 개선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 방안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명환 곽태영 이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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