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계속된 도돌이표 공약, 이번엔?
개헌은 30년, 신공항은 20년 등 단골메뉴
대선 때는 “내가 해결”, 집권하면 ‘모르쇠’
6.3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지지를 호소하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개헌·인공지능(AI)·신공항·규제철폐 등을 새 정부의 주요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약속인데 20~30년째 되풀이 되는 의제도 적잖다. 집권 후 실행 의지를 담보하는 보다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첫 TV토론이 있던 18일 개헌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4년 연임, 결선투표’를 골자로 한 권력구조 개편안을 제안했고 늦어도 2028년 총선에서 국민 뜻을 묻자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4년 중임제’ 구상을 내놓고 이번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여 2028년 4월 총선 주기를 일치시키자고 했다. 두 후보가 처한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제안이다.
사실 개헌 공약은 1987년 이후 매 대선마다 반복됐다. 내각제, 4년 연임 분권형 대통령제 등으로 등장했다가 대통령 임기와 함께 사라졌다. 대통령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폭이 커졌을 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앞서 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10대 공약’을 공개했다. 국내 경기침체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후 정치적 혼란과 미국발 관세전쟁 등 내우외환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를 반영하듯 주요 후보의 1번 공약은 ‘경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재명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을 제시하며 인공지능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1순위 공약으로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우며 규제완화, 세제정비, 투자 활성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 힘을 빼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모두가 이전 대선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의제들로 ‘소속 정당을 가리면 누구의 공약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약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오랜 기간 논의됐던 의제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며 “후보들이 정책들을 이행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균형발전 논리를 담은 구체적 지역공약을 놓고는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5극 3특’ 중심 균형발전 기반 마련 공약을, 김문수 후보는 초광역권 메가시티 공약을 내걸었다. 이 후보는 5개 권역별 특별지방자치단체 구성과 3개 특별자치도의 자치권 강화 특별법 개정을 공약했다. 김문수 후보가 내건 5개 권역 메가시티 조성도 내용상 일맥상통한다.
두 후보는 모두 5개 권역에 대한 교통 대책으로 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 공약으로 내놨다. 이전 대선 단골메뉴인 신공항 자리에 광역급행철도가 들어갔다. 2006년 노무현정부 ‘남부권신공항’ 구상으로 출발한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백지화(이명박정부)→ 김해공항 확장(박근혜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문재인정부) 등을 거치면서 추진되고 있으나 2029년 개항이 어려운 분위기다. 대구경북신공항도 재원 문제로 동력이 꺼질까 우려하고 있다. 제2, 3의 신공항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업 구상단계부터 공약 추진의지 못지 않게 재원 방안을 철저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선거 후 대선공약집에 있는 사업의 70~80%가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된다”면서 “공약 재원을 담은 대차대조표를 함께 제시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환·박준규 기자·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