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통화 “우크라전쟁 협상 즉시 시작”

2025-05-20 13:00:04 게재

트럼프 “대화 훌륭했다”

가디언 “러, 휴전 거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 개시 필요성에 공감했다. 약 2시간 5분 동안 진행된 이번 통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대화의 분위기와 정신이 훌륭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즉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티칸이 향후 협상을 주최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절차를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 역시 통화를 “매우 의미 있고 솔직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정의 윤곽을 담은 각서를 제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각서에는 잠정 휴전, 위기 해결 원칙, 협정 체결 일정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휴전 자체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 동맹국이 요구한 ‘30일간의 조건 없는 휴전’을 거부했다고 평가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적대 행위를 중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제한, 나토 가입 불가, 서방 군사 지원 차단 등 러시아의 기존 요구를 반복한 것으로 우크라이나는 이를 실질적 주권 침해로 간주하고 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러시아의 비현실적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즉시 살상을 멈추고, 더 강력한 제재를 피하려면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는 이날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을 협상 장소로 제안했으며 유럽 주요국들이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제안을 지지하며, 바티칸이 평화 회담을 주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중재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이 없다면 그냥 물러설 것”이라며 개입 축소를 시사했다. 그는 앞서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현재는 협상의 조건과 내용은 전쟁 당사자들 간의 몫이라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부통령 J.D. 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에게 “이 문제에 대해 진심이냐”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전쟁에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모르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인센티브를 통해 러시아의 입장을 바꾸려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반응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전쟁이 우리의 전쟁이 아니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물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핀란드 등의 정상들과도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국가들에 협상 개시 상황을 설명했으며,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3년 만에 고위급 회담을 열었으나 실질적 합의 없이 끝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이 없을 경우 푸틴을 직접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통화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의 11번째 손자 탄생을 축하하며 친근한 태도를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전화하라”고 말했다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보좌관이 전했다.

미국 안팎에서는 푸틴이 협상을 지연시키며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재로선 양측 모두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나, 휴전과 전쟁 종식을 위한 구체적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가디언, AFP 등 복수 매체는 이번 통화를 계기로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있지만, 실질적 돌파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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