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로 진화하는 서울 자치구 노인정책

2025-05-20 13:00:02 게재

식사·건강·교육까지 지원 다양화

시혜성 복지넘어 전담부서 신설

보건·복지 통합 체계 구축 과제

서울 자치구들이 다양한 노인정책으로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20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의식주와 건강돌봄은 물론 디지털 역량 강화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마포구 ‘효도밥상’이 대표적이다. 지역내 7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단순한 식사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식사자리를 통해 안부 확인, 건강 확인, 고립 예방이 한번에 가능하다. 사업 초기 6개 기관에서 시작해 현재 급식기관 44개, 이용인원이 약 1800명에 달하는 어르신복지 대표상품이 됐다. 폭발적인 이용자 증가는 2개의 반찬공장 설립으로 이어졌고 하루 최대 2000명분 식사가 만들어진다.

영등포구엔 ‘디지털 실전 밥상’이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를 해소하고 자립적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만든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론 중심 교육을 넘어 키오스트 입력 후 주문한 음식으로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체험과 교류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중구 1000원 목욕탕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구가 만든 헬스케어센터 1·2층은 남녀 목욕탕이고 3층은 헬스장이다. 노인들은 단돈 1000원에 목욕탕을 이용하고 월 1만5000원이면 헬스장도 쓸 수 있다.

동대문구 스마트겨올당에서 어르신들이 게임형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동대문구 제공

노치원(노인용 유치원)으로 취급되던 경로당은 이제는 ‘스마트’하다. 각종 헬스기구가 구비된 것은 물론 교육과 여가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갖추면서 노인들의 핫플레이스로 변했다.

◆첨단기술 활용해 건강관리 = 첨단 기술과 건강관리를 결합한 시도도 돋보인다. 구로구는 폐렴으로 인한 노인 사망률 증가에 주목해 키오스크를 활용한 호흡기 검진에 나섰다. AI 청진 기능을 갖춘 키오스크를 설치해 호흡기 건강을 체크한다. 만성질환 등 건강실태를 확인하는 것은 덤이고 이 자리를 통해 폐렴 예방접종 홍보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보편화된 질환인 치매 예방에도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강북구는 카카오톡 기반의 AI 인지강화프로그램을 지난해 도입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이용이 가능하다. 치매안심센터나 관련 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게 했다. 인지기능 향상 활동의 시공간 제약을 없앴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청진 기능을 가진 키오스크 호흡기 검진에서 이상호흡음이 감지된 한 어르신이 추가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 구로구 제공

단순한 노인복지 정책 확대를 넘어 취약층 어르신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형태로 발전하는 정책도 있다. 관악구에서 시작해 전 자치구로 확대된 음료 배달 서비스는 독거 노인 안부를 확인하는 보편적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거동이 불편하고 의료비 부담으로 병원을 꺼리는 홀몸 어르신을 위한 방문진료가 확대되는 가운데 저소득 주민을 위한 ‘주치의제’도 등장했다. 중랑구는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지원해 주민들이 재택의료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고 의료기관도 방문진료를 피하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고령화 대비는 일회성 사업을 넘어 전담부서 설치로 나아가고 있다. 노원구는 3개팀으로 구성된 고령사회정책과를 신설했다. 고령일자리팀 중장년지원팀 고령친화도시팀에 14명이 근무하며 어르신친화도시 5개년 종합계획 수립, 어르신 상담센터 운영 등 관련 정책 전반을 총괄한다.

전문가들은 노인사업의 양적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들이 고령화 대비정책으로 연결되려면 다음 단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애정 건강보험공단 통합지원정책개발센터장은 “프로그램과 더불어 시설을 확충하고 흩어진 돌봄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등 보건과 복지를 한데 묶은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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