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한수원 계약금지 가처분’ 불복 항고
“국가 중대사 신속 결정 희망”
한수원 별도 법적 대응할 듯
EU, 보조금 위반 조사 검토
체코 전력당국이 한국수력원자력과의 신규 원전 건설 계약서명을 당분간 금지한다는 현지 지방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최고법원에 항고했다.
20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체코 신규 원전 발주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는 19일(현지시간) 자국 최고행정법원에 항고장을 접수했다. EDUⅡ는 체코전력공사(CEZ)의 자회사로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프로젝트 건설사업을 맡은 기업이다.
앞서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최종 서명식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한수원과 EDUII간 계약서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한수원과의 입찰경쟁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행정소송 본안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종계약을 못하도록 저지한 것이다.
이에 양국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7일로 예정됐던 한수원과 체코 발주사간 계약 서명식 행사는 막판에 무산됐다.
다니엘 베네쉬 체코전력공사 사장은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이 문제는 단지 한 프로젝트에 국한된 게 아니라 국가의 법적 안정성과 에너지 전략에 관한 신뢰도와 관련된 일”이라며 “최고행정법원이 신속히 결정내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업계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사업이 대형 국책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중대성이 크고,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 경우 손실금액이 수천억원 단위로 커질 수 있어 최고행정법원이 신속히 결론내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고행정법원이 EDUⅡ의 손을 들어준다면 체코 전력당국과 한수원으로서는 앞서 가처분을 인용한 지방법원 재판부의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법적분쟁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체코정부는 지방법원 가처분 결정이 취소되는 즉시 신속히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CEZ와 한수원간 신규 원전 2기 계약을 사전 승인하는 등 사업지연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EDUII의 항고와 별개로 이번 계약 당사자인 한수원도 사업지연에 따른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체코 최고행정법원에 법적 구제를 별도로 신청할 방침이이다.
한편 유럽연합(EU)은 한수원의 체코 원전 입찰 계약과 관련, EU 규정 위반을 확인하기 위한 직권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재 역외보조금규정(FSR) 9조, 10조 1항을 근거로 ‘직권조사 예비검토’ 절차를 진행 중이다.
FSR 9조는 ‘집행위는 회원국, 자연인, 또는 법인·단체를 포함한 모든 출처로부터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역내 시장을 왜곡하는 역외 보조금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10조 1항의 경우 역외 보조금이 역내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집행위는 예비평가를 위한 모든 정보를 요청하거나 역내외에서 조사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EU가 조직적인 차원에서 지역경제 블럭화를 강화하기 위한 대응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있어 보인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상호관세 부과 △공급망 재편 △대미국 투자유치 확대 등 모든 정책을 미국 중심으로 추진해 EU 등 세계 각국이 지역경제 블럭화 등 대응책 마련해 부심해왔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