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화재·해킹’ 피해로 산업계 위기
SPC 계열사 ‘닮은꼴’ 산재 사망사고 잇따라 발생
기아 오토랜드 광주3공장 ‘직원 사망’ 가동 중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가동 중단, 고용불안
이재명 “사망사고 엄정수사, 근로환경 개선해야”
경기침체와 대통령 파면으로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적 혼란으로 국가 통제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가운데 산업계도 잇따르는 산업재해와 화재, 해킹 등 피해로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대통령선거 후보도 엄정수사와 함께 근로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대선 이후 대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20일 산업계와 경찰,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산재 사망사고는 물론 산업현장 화재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해킹 피해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등 위기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19일 오전 3시쯤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C 계열사에서 근로자가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포켓몬 빵’ 등으로 양산빵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SPC삼립의 제빵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난 것이다.
당시 A씨는 뜨거운 빵을 식히는 작업이 이뤄지던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SPC 계열사에서 근로자가 사상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0월 15일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졌다.
이 공장에서는 2023년 10월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외주업체 근로자의 머리 위로 컨베이어 벨트가 내려앉아 다치는 사고가 났다.
같은 계열사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는 2022년 10월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됐다.
이 사고는 평택 SPL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8일 만이자 이로 인해 허영인 SPC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지 이틀 만에 일어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23년 7월에도 이 공장에서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됐으며, 같은 해 8월에는 50대 여성 근로자의 배 부위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SPC 계열사에서 근로자 사망 3건, 부상 5건의 인명 사고가 난 것이다.
SPC삼립은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로 낸 사과문에서 “당사는 현재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0일 경기도 시흥 SPC 삼립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며 “무엇보다 반복된 산재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목숨을 걸고 일터로 가는 세상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일터로 가는 세상, 퇴근하지 못하는 세상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라며 “삶의 터전이 되어야 할 일터가 죽음의 터전이 되고, 목숨 걸고 출근해야 하는 부끄러운 ‘노동 후진국’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며 “안타까운 희생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기아 오토랜드 광주 3공장에서는 기계 설비에 끼인 정규직 직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해 일부 공정이 중단돼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에 따르면 직원 안전사고가 발생한 3공장이 19일 오전 7시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이곳에서는 지난 16일 40대 직원 A씨가 차량을 운반하는 기계에 끼여 숨진 바 있다.
노동 당국은 사고 당일 일부 공정의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
주말과 휴일인 지난 17~18일에는 조업하지 않아 이렇다 할 피해는 없었지만, 조업 예정이었던 이날부터는 생산 차질을 빚게 됐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에는 3개의 공장이 있는데, 이 중 3공장은 프레스·자체·도장·조립 공정을 거쳐 하루 평균 1톤 화물차 400여대를 생산한다.
공장이 멈춰서면서 6000여명 직원 중 3공장에서 근무하는 1000여명도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대기 중이다.
최준영 기아 최고안전책임자(CSO) 사장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며 “사고 발생에 대한 사후 절차 등 근원적 안전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이러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는 지난 17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공장 가동이 사흘째 중단되면서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7시 11분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중 생고무와 화학 약품을 혼합하는 정련 공정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은 31시간여 만에 주불을 진화하고 잔불을 정리 중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는 총 20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데, 화재 현장에서 소방 당국의 진화를 돕는 소수의 사무직 직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자택에서 대기 중이다. 일부 직원은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희망퇴직이나 전보 등 조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에서는 해킹으로 가입자 약 2600만명 전원의 유심(USIM) 정보뿐 아니라 개인정보가 관리되는 서버도 공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가 안보 위기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해커가 악성코드를 심은 시점이 2022년 6월 15일로 특정됐으며 해커가 남긴 기록(로그)이 없는 기간에는 단말기 식별번호(IMEI) 등 핵심 정보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빠져나갔을 수 있는 개인정보는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등 휴대전화 가입 시 남기는 정보들로 추정된다. SKT에 대한 해킹 공격이 3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피해 규모가 방대하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 수준을 넘어 국가 안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문제로도 지적된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