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안, 하원 표결 앞두고 진통

2025-05-21 13:00:00 게재

트럼프 압박에도 공화당내 반대 여전

재정적자 3조달러 확대 우려도 나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다.

트럼프 2기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가 담긴 대규모 감세·지출 패키지 법안은 18일(현지시간) 하원 예산위원회를 통과했고 이번 주 운영위원회와 본회의 표결 절차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 이견과 재정 적자 확대 우려로 인해 법안의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법안은 2017년 시행된 트럼프 시대의 감세 조치를 영구적으로 연장하거나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이 담겼다. 공화당 지도부는 “2026년부터 자동으로 세금이 인상되는 것을 막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다.

법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 기간 약속했던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세, 미국산 자동차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에 대한 신규 세액공제 허용 등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메디케이드와 아동 건강보험프로그램(CHIP) 예산 삭감, 푸드스탬프 예산 삭감을 비롯한 연방정부 지출 삭감 조치들과 새로운 세입 창출 조치들도 들어 있다

그러나 미 의회예산국(CBO)을 비롯한 예산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향후 10년간 연방 재정적자를 약 3조달러가량 늘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현재 100% 수준에서 12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토연구소의 로미나 보치아는 “공화당이 집권 당시에는 지출 절감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감세에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18일 밤 하원 예산위원회를 17대 16으로 통과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까지 반대표를 던졌던 보수 강경파 의원 4명이 ‘기권(present)’으로 입장을 바꾸며 표결이 이뤄졌다.

하지만 온건파에서는 복지 개편과 청정에너지 세금 공제 철회 속도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세금이 높은 지역의 의원들은 SALT(주·지방세) 공제 한도 상향과 청정에너지 감세안의 점진적 폐지를 요구하며, 법안 수정 없이는 본회의 지지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 내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정부 지출의 대폭 삭감을 목표로 메이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에 대한 추가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다수의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원 지도부는 22일까지 본회의 표결을 강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하원(435석) 중 공화당 220석, 민주당 213석의 의석 분포 구조상 처리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연방 의사당을 찾아 비공개로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내 반대파에 입장 변경을 압박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에서 이른바 ‘F 단어’까지 써가며 “메디케이드는 건드리지 마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 부채를 늘리는 법안에 반대해온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에 대해 “투표로 의원직에서 아웃돼야 한다”고 했다.

법안의 재정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확산 중이다. 백악관 예산국장 러셀 보트는 “이번 조치는 수십 년간의 재정 무능을 끝낼 역사적 개혁”이라고 강조했지만, 무디스는 16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강등하며 “의회가 다년간의 실질적인 재정개혁을 이룰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의 공공 부채는 약 29조달러에 달하며, 이자 비용만으로 국방비를 웃돌고 있다. 19일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5%를 돌파했고,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 하락은 달러 가치와 금융시장 전반에도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공화당의 감세·지출 법안이 어떤 형태로 통과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재정 건전성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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