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획 5년마다 도돌이표'대선공약' 이번엔? | ② 인천·충청권

‘수도권 대체매립지’ ‘서해안 생태복원’ 새 정부 의지 주목

2025-05-21 13:00:38 게재

2600만명 이해 걸린 숙원…10년 도돌이표 출구 고대

‘생태관광’ 장밋빛 전망 넘어 이해관계 조정 주도 기대

수도권 매립지 문제는 역대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 핵심의제로 등장한 단골 공약이다. 인천광역시 뿐만 아니라 서울·경기도 등 2600만명이 넘는 수도권 시민 삶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초대형 이슈인 만큼 묵혀온 시간도, 논란도 크다. 2015년 대체매립지 조성 논의를 시작했지만 올 10월 10일 기한으로 4차 공모가 진행 중이다. 출구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충청권 서해안 생태복원도 닮은꼴이다. 산업단지·석탄화력발전소 등이 물려 있던 곳을 생태관광 중심지로 바꾸겠다는 약속이 공수표가 되지 않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 해법은? 수도권매립지는 인천 서구 오류·백석동과 경기 김포시 양촌읍 학운리에 걸쳐 있는 광역 쓰레기 매립시설로 서울·경기·인천의 쓰레기를 매립·처리한다. 사진 인천시 제공

◆대체매립지 마지막 공모? =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을 공약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비슷한 공약이 나왔고, 윤석열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전담기구를 설치해 임기 내 대체매립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전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미 2015년부터 대체매립지 조성 논의가 시작됐지만 매번 도돌이표다. 그러는 사이 매립지 주변 시민들의 삶만 고달퍼졌다. 매립지 조성 당시 주변 인구는 2만명이었지만 현재 인구는 20배인 40만명에 이른다. 주거단지 조성은 매립 종료를 기대하고 추진됐고, 입주한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쓰레기 반입량은 2022년 176만5990톤, 2023년 129만2803톤, 2024년 107만1548톤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애초 2025년이면 포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현재까지 약 35% 정도 부지가 남아있다. 정부나 서울시·경기도가 기존 매립지 운영에 미련을 갖는 이유다. 대체매립지 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 후보지 공모를 진행했고, 최근 다시 네 번째 공모를 진행 중이다. 10월 10일을 기한으로 진행하는 이번 공모는 과거보다는 조건이 많이 완화됐다. 최소 면적 기준을 지난 3차 공모 때의 절반 수준인 50만㎡로 줄였고, 매립 용량이 615만㎥ 이상 확보되면 면적 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수도권 기초지자체장에게만 주어졌던 응모 자격은 개인·법인·마을공동체 등 민간으로 확대했다. 후보지 반경 2㎞ 이내에 사는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먼저 받도록 한 조건도 삭제했다. 후보지 관할 지자체에 주는 특별지원금은 3000억원으로 종전과 같지만, 부지와 부대시설 규모 등에 따라 지원금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조건으로 후보지를 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기초단체장이 주민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일에 나서기도 어렵다. 결국 정부가 좀 더 의지를 다지고 사업을 추진해야 그나마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인천시를 비롯한 관련 지자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인천 시민사회단체들은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 주도의 대체매립지 확보’와 ‘대통령실 내 전담조직 신설’ 공약을 각 당 후보들에게 요구했다. 이 단체들은 또 대체매립지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도 요구했다. 앞서 인천시도 이 같은 내용의 공약 과제를 각 당에 전달했다. 범시민운동본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기존 매립지 이용을 중단하고 대체매립지를 조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좀 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그나마 성사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주경숙 검단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의 쓰레기 대란 사태를 막고 탄소중립사회로 나아가려면 보다 강력한 정부 의지가 필요하다”며 “다음 대통령 임기 내에 정부 주도의 대체매립지 조성을 약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태복원, 이해관계로 지지부진 = 충남 서해안 생태복원은 제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공약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산업단지 석탄화력발전소 등 산업화 물결이 지나간 후 생태자원의 소중함을 깨닫기 시작한 시점이다.

당시 문 후보는 충남 대표 공약에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을 포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제20대 대선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금강 하구 및 장항제련소 오염지역 재자연화 등을 공약에 포함했다. 충남 서해안의 생태를 복원해 생태관광의 선도적 모델을 만들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서해안 생태복원 사업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사업은 ‘장항제련소 오염지역 재자연화’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가로림만 해양정원 조성 지원 △서산·태안 간척지 부남호 생태복원 사업 추진 △금강하굿둑 해수유통을 통한 생태계 회복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가로림만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 △금강하구 해수유통 및 국내 최초 생태복원형 국립공원 조성 등을 공약에 넣었다.

가로림만은 충남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에 위치한 만으로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해양생태계가 잘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한때 조력발전소 건설 등이 추진되는 등 생태계 파괴 위협에 항상 시달리고 있다. 부남호는 충남 서산·태안 간척지에 위치한 1021㏊ 규모의 인공호수로 간척지에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등을 공급할 목적으로 조성했다. 하지만 고염분의 해수가 40여년 호수 안에 갇혀 있으면서 현재 수질이 6등급으로 매우 나쁜 상태다. 금강하굿둑 역시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를 잇는 둑으로 금강을 막아 사실상 댐처럼 운영하고 있다. 금강수질 악화에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사업이 10여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복잡하게 얽힌 정부기관, 지자체 등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서천의 금강하구와 서산·태안 간척지 부남호의 생태복원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가 관련돼 있다. 금강하굿둑은 전북자치도까지 이해가 얽혀있다.

충남도와 정부 등이 그동안 대안을 찾기 위해 용역을 진행하면서 해법은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가로림만은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을, 부남호는 해수유통을, 금강하굿둑은 해수유통을 위한 취·양수 지점 이전 등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들 사업은 차기정부가 얼마나 의지가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해결이 가능하다”며 “후보들이 모두 공약으로 약속한 만큼 이번엔 대통령실이 앞장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환·김신일·윤여운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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