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갈아 넣은 영어강사의 화(話)풀이 - ③누가 아이들을 망치는가
수능영어/내신영어전문 두림학원 교육기고 시리즈
1. 어학원 마케팅과 환상이 만나
말씀드린 대로 가장 중요한 건 ‘단어‘입니다. 단어가 빈약하면 독해는 무용합니다. 어려운 단어 말고 수능‘기초’ (2000개 미만) 2회전부터 하세요. 쉽다면 수능‘필수’(2000개 이상)로 난이도를 올리거나 일 암기량을 늘리세요. 단어는 휘발성이 강한 공부라 최소 3바퀴는 해야 몸체가 남습니다.
어휘풀 집중 확장은 중2, 고등으로 미루면 배로 힘듭니다. 시간 여유도 있고, 뇌가 어지간히 성장한 동시 주무르는 대로 변하기도 하는 이 때 빨리 늡니다. 독해 밑천도 중등 때 마련해놔야 합니다. 정확한 ‘해석’부터 ‘무슨 소재가 무슨 주제로 이어지는지’ 통찰하는 훈련입니다.
초기경험이 중요합니다. 역행해선 안 됩니다. 어려운 단어들 먼저 외우는 희한한 학원들이 있습니다. 어휘를 통해 어근은 물론 공부법, 암기법(spaced practice, retrieval practice 등) 또한 알려줘야 하는데 가르치는 사람들도 잘 모릅니다.
단어, 문법, 독해 (+영작) 중 ‘단어’가 영어의 시작이자 끝이고 ‘독해’는 나중 문제라는 걸 기억하세요. 단어가 되어야 독해가 되든 말든 합니다. 단어>소재>주제>, 짧은 독해>긴 호흡 독해 순으로 점차 영어를 확장해야 합니다. 단어암기를 회피해선 안 되고, 독해부터 무리해도 안 됩니다.
학원들은 왜 그럴까요? 거품입니다. 어린 자녀 부모님들은 ‘내 아이의 교재=내 아이의 실력‘이라 착각하십니다. 후에 깨달아도 학원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 혹세무민적 마케팅에 내 아이가 고등영어까지 끝냈다고 믿으십니다.
고등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어, 문법 기초가 없는 학생들에게 독해부터 강조하는 선생님은 잘못됐습니다. 글을 읽을 밑천도 없는데 냅다 어려운 독해부터 수업하고 산더미같은 기출부터 줍니다. 헛된 방식입니다.
부모님들도 너무 모르십니다. 30년 전 라떼 영어와 비교하십니다. ‘감시’만 있고 ‘관심’은 없으십니다. 아이는 몸만 컸지 아직 한글도 똑바로 못 써 알아볼 수 없이 괴발개발에, 폰 중독, 만성 브레인 포그(brain fog) 상태로 학원 없이는 단 30분도 집중하지 못하는데 부모님은 근원적 문제가 아닌 성적을 걱정하십니다.
매년 청소년 학습장애와 정신질환은 증가하고 학력은 추락합니다. 평범한 학생들도 우울증, ADHD 등 질환이나 스펙트럼 진단을 받습니다. 그런데 정작 치료가 가장 급해 보이는 아이들은 병원도 못 가보고 방치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문제를 인지하고도 본인의 두려움과 선입견 때문에 회피하십니다. ‘사랑해준다’ 따위 말은 해결이 아닙니다. 공부 이전에 내 아이를 진짜 아는 게 먼저고 문제가 있다면 정확한 처방을 주어야 합니다.
2. 가정의 책임
어려서 사랑만 주다가 사춘기 무렵 (공부해야 하니까) 갑자기 통제를 시작하는 것은 말씀드린대로 최악입니다. 훈육은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뭐든 첫 패치가 중요합니다. 부모를 통한 경험이 전부인 시절 세상의 규칙을 철저히 주지시키고 커가면서 점차 자율권을 주는 게 순서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선미’ 선생님 책을 추천합니다.
사춘기에는 심리적 복잡성이 발달해서 훈육이 어렵습니다만, 적절한 통제가 있어야 아이의 심리도 안정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규칙을 정하고 아이의 행동에 따른 보상 또는 불이익을 주세요. 약속과 일관성을 지키세요. 중학생 이상 자녀에게 채찍으로써 ‘용돈 삭감’은 전문의들이 권장하는 방식입니다.
여가와 오락은 할 일을 끝낸 후에 허용해주세요. 예를 들어, 오늘 과업을 완료한 경우 게임 1시간을 허락하는 식입니다. 아이가 약속한 1시간을 지키면, 다음엔 30분을 더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약속한 시간을 어기면 다음은 없다는 것도 확실히 해야 합니다. 공감과 규제, 보상과 징계를 균형있게 운영하면 됩니다. 유연하게 궤도를 바꾸되 질서는 필요합니다. 아이가 안전하게 성장할 넓고 높은 울타리를 세워주세요.
3. 어른들의 역할
건강한 성장의 3요소는 유능성(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 자율성(autonomy)입니다. (자기결정이론) 아무리 어려서 자원을 쏟아부어도 중요한 걸 놓치면 공부가 다 부질없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세 조건은 유기적이며, 1. 따뜻한 관계 2. 안정적 루틴 속 계획 및 실행 3, 주체성을 기반으로 좋은 발달이 가능합니다. 일상의 작은 성취들로 자기효능감을 느끼게 해주시고, 세상 이치대로 실패와 좌절의 기회도 허락하시고, 삶에 대한 주인의식을 심어주세요. 성적을 두고 비교, 비하를 하면, 반대로 강박적인 가짜 긍정만 가르쳐도, 아이는 노력하길 두려워하게 됩니다.
‘현실감’과 ‘주체성’을 갖춘, 최선을 다하고 즐길 줄도 아는 행복한 자녀로 키우시려면, 왕자님 공주님으로 키우지 마세요. ‘네가 성공하거나 혹여 실패하더라도 세상은 너에게 별 관심 없고 아무도 너를 함부로 욕하지 않으니 네 할 일을 해라’ 하세요.
그래야 아이는 자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두려움 없이 과정에 집중하는 아이가 됩니다. 회피와 거짓 없이 삶을 사랑하는 어른이 됩니다. 성장은 주 양육자의 양육태도에 달려있습니다.
4. 공부는 결국
공부를 비롯한 ‘재능’은, 어릴 적 우연에 의해 시작된 연쇄작용들이 귀결된 아웃풋입니다. 공부의 베이스는 결국 유초등 독서와 습관입니다. 공부는 공부다워야 합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만들어주는 것 외에 어떤 지름길도 없습니다. 어려서 기름칠을 해놔야 꾸준히 수월하게 언어신경계가 발달합니다.
너무나 성실한데 중하위권인 경우 대부분, 현재의 노력이 아닌 과거의 결여가 문제입니다. 어려서 공부를 위한 습관이 없었기에 지금까지도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원체 운동 안 하고 기초 체력도 없는 사람한테 내일부터 마라톤 뛰라고 하면 못합니다. 이 당연한 진리가 공부에선 간과됩니다.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인지기능 발달부터 시기마다 양분을 제공해주세요. (2편에서 설명) 잘 자라고 있는지 불안해서 자꾸 흙을 파볼 필요 없습니다.
공부는 안 되다가도 또 한 방에 혈자리 뚫리듯 될 때가 있습니다. 지식을 쌓고 허물고 다지고의 반복이며 ‘구슬꿰기’ 과정입니다. 기다려야 뭐가 됩니다. 고비를 잘 이겨내는 아이가 입시에서 성공합니다. 조바심 내지 마세요. 인간의 아웃풋은 절대 인풋의 70%를 넘지 못합니다.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것과 내가 직접 적용하는 것은 시기적 차이가 납니다. 서로 다른 두뇌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책과 나 둘만 남는 그 몰입의 재미를 아는 아이들은 결국 알아서 공부합니다.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 강요하면 아이는 더 안 하게 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만 받은 아이들, 스트레스만 받은 아이들 모두 결국 공부와 멀어집니다. 네, 참 어렵습니다. 부모님들의 노고에 총애와 연민을 보냅니다.
식물 키워 보셨나요? 너무 과습해도 너무 건조해도 안되는 게 유난이지만 어쩌겠어요. 그래야만 되는 게 세상에 많죠. 하물며 인간은요. 뭐가 됐든 내 아이가 흥미를 느낄 분야가 최소 하나는 있습니다. 그게 어떤 분야든 좋습니다. 어려서 전자기기 말고 책부터 원 없이 보게 하세요. 그 재미를 알면 가랑비에 옷 젖듯 공부하는 습관이 됩니다.
학원, 정보가 너무 많아져서 그 진위를 가려내는 건 결국 부모님 몫이 되었습니다. 공허하고 화려한 마케팅을 분별하시고 출처 없는 불안을 내려두세요. N세고시다 뭐다 어려서 학습에 ‘학’만 있고 ‘습’이 없고, 참 휴식도 필수자극도 다 부족합니다. 이유식을 먹여야 하는데 한약부터 먹이는 일입니다.
휘둘리지 마시고 시기별 학습에 충실하시고 미디어 자극과 중독을 차단하세요. 도파민 체계가 망가지면 학업은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탐독의 재미를 아는 아이는 평생 활자와 친하게 지냅니다. 꼭 책의 형태일 필요 없이 아이 기질에 맞으면 됩니다만 보편성과 효율이 가장 높은 방식이 독서입니다. 핵심 습관은 인생의 추 같은 거라 돌아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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