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이유
전통과 현대의 조화 통해
웰빙의 모델 이룬 때문
‘대만은 어떻게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되었을까.’
대만 출신 학자이자 조지 워싱턴 대학교 석좌 교수인 Y. 토니 양(Y. Tony Yang)은 21일 발간된 ‘글로벌 타이완 브리프(Global Taiwan Brief)’에서 심도 깊은 해석을 내놓았다. 그는 ‘2025 세계행복보고서’를 바탕으로 대만이 단순한 경제 성장이나 정치적 안정성만으로 높은 행복도를 달성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 전통과 사회적 관행, 환경에 대한 집단적 노력 등 복합적 요인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세계 27위,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수치 그 자체보다 대만 사회의 구조적 강점이 일상생활과 정책 결정 과정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주목할 만한 지점은 ‘공동 식사 문화’다.
대만 국민은 주당 평균 10.1회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함께 한다.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높은 수치다. 옥스퍼드대학교 웰빙연구센터는 “함께 식사하는 빈도는 개인의 삶의 질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라고 밝혔다.
이런 식사 문화는 가족 중심의 저녁 식사, 직장 내 점심 모임, 야시장에서의 자연스러운 만남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는 일본과 한국에서 증가하는 나홀로 식사 현상과 대조된다. 대만 역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같은 인구학적 압력을 받고 있음에도 공동체 중심의 식사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적 지속성이 뚜렷하다.
토니 양 교수는 대만의 웰빙을 보다 구조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행복 결정 요인을 ‘건강(Health)’, ‘희망(Hope)’, ‘조화(Harmony)’ 세 축으로 하는 통합 모델을 제시했다. 보편적 건강보험 제도는 국민의 신체적 안정을 보장하며, 창업을 장려하는 경제 구조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대만의 문화적 정체성과 공동체 지향성은 사회적 조화를 가능케 하는 핵심 요인이다.
행복에 대한 대만의 접근은 전통 중국 철학에서 비롯된 집단주의적 가치관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서구가 개인의 자율성과 성취를 중심에 두는 데 반해, 대만은 가족 간 의무, 세대 간 책임, 지역사회 중심의 삶을 중시한다. 이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공동체 안에서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는 기반이 된다. 토니 양 교수는 이 같은 문화적 유산이 대만이 현대화와 전통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만의 융합적 정체성은 의료와 종교에서도 나타난다. 대만 국민은 필요에 따라 서양 의학과 전통 중국 의학을 자유롭게 오가며, 불교 명상, 도교 의식, 기독교 예배 등을 병행하기도 한다. 이는 교리적 일관성보다 실질적인 웰빙을 중시하는 문화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환경 역시 행복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고서는 깨끗한 공기, 도시 내 녹지 공간, 접근 가능한 자연환경이 높은 행복 수준과 연관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공정한 소득 분배, 낮은 실업률, 강력한 사회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국민 대다수가 경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며, 이는 행복 지표에도 반영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