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K-소비재도 더 큰 지원 필요하다

2025-05-23 13:00:03 게재

요즘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은 아마 삼양식품일 것이다. 지난해 10월까지 50만원 안팎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제는 110만원을 넘어서 있다. 반년 만에 2배를 웃돌게 된 것이다. 17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른바 황제주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신용등급도 올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7일 삼양식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올리고 신용등급 전망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바꿨다. 30여년 전 공업용 수지 파동을 겪으면서 침몰 위기에 몰렸던 삼양식품이 이렇게 날아올랐으니 기적 같은 일이다.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업용 수지 파동으로 침몰 위기 몰렸던 삼양식품이 쓰는 '새로운 신화'

삼양식품의 이런 신화는 주로 불닭볶음면이라는 제품이 전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덕분이다. 덕분에 ‘K-라면’ 선풍까지 일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이 37% 늘었고, 영업이익은 67%나 증가했다. 현재 주가가 100만원대에 올라서 있는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양식품 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삼양식품은 재벌의 후광이 없다. 제품도 오로지 스스로 창안해서 생산하는 것이다. 이제 세계적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명품’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경이적인 성공이야기는 화장품이나 패션 등 다른 소비재에서도 쓰여지고 있다. 화장품의 경우 지난해 수출액이 68억달러로 역대최고를 달성했다. 대미 수출액이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수출실적도 작년 같은 시기보다 약 20% 증가한 18억4000만달러로, 역시 역대 1분기 실적으로는 최고기록을 세웠다. 재미있게도 해외에서 한국의 화장품을 역직구 규모도 계속 늘어난다. 최근 미국의 관세파동 이후 미국인들의 사재기 품목에 포함되기도 했다. 반면 한국에 진출했던 해외의 뷰티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철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해외의 유명 화장품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한국 기업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패션에서도 기분좋은 소식이 전해진다. 이를테면 무신사나 에이블리 등 국내 주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중국의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공세에도 꺾이지 않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실적도 최고치 행진을 하고 있다.

요즘 K-소비재의 성공은 K팝·K드라마 등 한류에 힘입은 바 크다. 한류와 소비재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한국이 민주화를 성취한 이후 시민의 개성표현이 자유로워지고 다양해진 결과라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먹고, 입고, 꾸미고, 노래부르는 모든 것이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한다. 그런 표현이 소비재 산업의 성취로 이어지면서 선순환 구도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소비재산업은 그 어느때보다 더 활짝 피어날 시기를 맞이했다.

소비재 산업에서는 대기업 못지않게 중견 중소기업들이 크게 활약한다. 철강 석유화학 등 거대장치 산업에 비해 투자와 창업을 위한 비용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다. 또 국내 농산물이나 임산물을 원부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농산물 판로확장에도 한몫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더 높이 솟아오르고 세계를 호령하는 명품도 배출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 끊임없는 관심은 역시 필요하다. 나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심이 돼서 공식출범을 선언한 K-뷰티펀드는 상당히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규모는 400억원에 불과해 소박하기 그지 없다. 지난 3월 산업은행에 설치한다고 정부가 발표한 50조원 규모의 첨단산업전략기금에 비하면 0.1%도 안된다.

소비재 산업도 정부의 각별한 지원과 관심 받을 가치와 자격 충분

비록 규모는 작을지언정 화장품 산업이 더욱 발전하는데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펀드 규모는 가능하면 앞으로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나아가서 식품이나 패션 등의 다른 소비재 산업에도 비슷한 지원방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6월 대통령선거를 거쳐 출범할 새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대적인 지원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요즘 날개를 달기 시작한 소비재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소비재에서 세계적인 명품이 출현하면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도 유익하다.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는 첨단산업보다 더 효과가 클지도 모른다. 따라서 정부의 각별한 지원과 관심을 받을 가치와 자격이 충분하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