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우리가 함께 만드는 ‘공존사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습관처럼 듣는 말이다. 합리성과는 무관하게 집행된 제도들은 탈이 난다. 같은 정책인데 정권 따라 때론 ‘선’이 되고 때론 ‘악’이 되는 웃지 못할 코미디를 우리는 수차례 봐왔다. 이번에도 이 소모적인 행위를 반복하게 될까.
이 글은 ‘영혼 없는 공무원들’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어느 누가 업무를 할 때 영혼까지 걸 수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이성적으로 판단했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색깔론에 침잠한 이들은 특정 정권을 편드는 거냐며 비아냥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21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모두 통합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는 지금 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개혁, 누구를 위한 과거청산일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실이 거짓을 몰아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평가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타인의 아픔까지 끌어안고 함께 연대하고 나아가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고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유다.
문제는 이 숭고한 행위를 자신도 모르게 악용할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알고 익숙해져 왔던 가치관이나 혹은 제도가 뒤집혔을 때 반드시 예전으로 복귀하는 게 무조건 ‘선’일 수는 없다.
‘유연한 진보’ ‘합리적 보수’ 등등 어떠한 수식어를 붙이든 우리는 모두 ‘공존의 정치’를 꿈꾼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이 어려운 과제를 이번만큼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위에서의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구한 건 다양한 옷을 입은 ‘나 그리고 우리’였다. 각각의 영역에서 팍팍한 인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다양한 색깔의 시민들이 힘을 모아 어려움을 타개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정치가 변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시민들이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한다. 각각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감시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편향적인 펜을 내려놓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거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제도가 발표된 적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브리핑에 기자들은 모여들었고 의구심을 표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그때 머리가 허연 선배기자가 무심한 듯 툭 던진 질문이 잊히지 않는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누가 시켰나요?”
질문 하나가 잘못된 제도의 시행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싸워야 할 때다. 나만의 대한민국인가. 우리의 대한민국인가. 이제는 이 당연한 질문에 아주 진지하게 해답을 내야 한다.
김아영 정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