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부, 하버드대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
대학측 “불법 조치” 반발
한발 더나간 안보부장관
“다른 대학도 차단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유대주의 대응 미흡 등을 이유로 하버드대학교에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한 데 이어, 컬럼비아대학교 등 다른 대학으로도 이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하버드대가 법을 준수하지 않음에 따라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안보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하버드대는 SEVP 상실에 따라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등록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기존 외국인 학생은 학교를 옮겨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법적 지위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SEVP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관리하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인증이 없으면 유학생 비자 발급을 위한 필수서류인 I-20를 발행할 수 없다.
이날 놈 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버드대에 적용한 외국인 학생 등록 금지 조치를 다른 대학에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에 적용한 조치를 다른 대학에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며, “이는 다른 모든 대학에 행동을 바로잡으라는 경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하버드대가 “반미 성향과 친테러리스트 성향의 선동가들이 유대인 학생 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관했고, 이들 중 다수가 외국인”이라며, “안전하지 않은 학습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버드대가 위구르족 집단학살에 연루된 중국 공산당 준군사조직 구성원들과의 협력 활동도 벌였다고 덧붙였다.
놈 장관은 “하버드는 충분한 기회를 가졌음에도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며 “등록금 수익과 기부금 유치를 위해 외국인 학생을 활용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는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140여 개국 출신 외국인 학생과 학자의 수용 능력을 유지하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학내에서는 이번 결정이 정치적 보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향후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16일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행위와 폭력행위 이력 등에 대한 정보제공을 요구하고, 4월 30일까지 응하지 않으면 SEVP 인증이 종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버드는 이런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거부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수년간 나눠 지급하던 3조원대 규모의 연방지원금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고, 하버드는 이에 반발해 지원금 중단을 멈춰달라는 소송을 낸 상태다.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문제 해결을 앞세운 트럼프 정부의 행보에 대학들이 학문의 자유와 자율성 침해라며 맞서고 있어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