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단일화 흑역사…권력 분점 어려워
‘대통령 빼고 다 주겠다’는 김, ‘단일화 제로’라는 이
양보했던 김종필 정몽준 안철수 등 ‘득보다 실’
결선투표제가 없는 한국 선거는 후보간 합종연횡이 선거의 최대 변수다. 대통령 선거는 더욱 그렇다. 설사 대선에서 후보 또는 정치 세력 간 연합이 이뤄져도 얼마가지 않아 갈라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권력은 나눌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후보 단일화를 통해 득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후보 자리를 양보한 측은 ‘팽’ 당해왔다.
가장 성공적인 후보 단일화로 꼽히는 DJP(김대중 김종필)연합도 예외는 아니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이란 막강한 여권 후보에 맞서 두 사람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좌우 동거정부’를 약속하며 단일화를 이뤄 선거에 승리했다. 김대중은 대통령 권력을, 김종필은 총리를 맡았다. 김종필은 ‘돈이 되는’ 경제부처나 산하기관에 자기 사람을 앉혀 ‘실속’을 챙기는 식의 분배가 이뤄졌다. 김종필은 2000년 총선에서 자신의 기반인 충청권마저 김대중 이회창 양측에 뺏기고 이후 정치적 영향력이 급격히 축소됐다. 애초 정치노선과 지역 기반이 확연히 달랐던 두 세력은 내각제 등 갈등을 계속하다 결국 결별했다. 김종필은 이후 정계에서 쓸쓸히 은퇴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과 정몽준은 극적 단일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몽준은 대선 하루 전 지지를 철회했다. 이유는 아직 분명치 않다. 정몽준은 이후 정계를 떠났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가 이슈였다. 안철수는 갑작스레 후보를 사퇴하고 문재인 지지를 선언했지만 선거 당일 미국으로 떠나 버렸다. 박근혜가 당선되면서 안철수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안철수는 이후 민주당에 합류했지만 다시 결별했다. 2022년 대선에서 막판에 단일화에 응해 윤석열 당선에 기여했다. 하지만 안철수는 윤석열정부에서 아무런 지분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사실상 ‘용도 폐기’됐고 이번 대선에서도 당 후보 경선에 탈락했다.
김문수 이준석 단일화 성사 여부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 이준석 후보는 처음부터 줄곧 “단일화 가능성은 제로”라고 했다. ‘독자세력화’를 노리는 이 후보로서는 ‘단일화=후보 사퇴’인데 정치적 득은 없고 실만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김문수 후보측 일각에서 “당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단일화 대상이 된 후보는 ‘토사구팽’ 됐던 흑역사 때문이다. 하지만 ‘김문수 이준석 연합’이 이재명 대세론을 꺾을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정치권 전망도 남아 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