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시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새 일자리 창출
기후서비스로 지역 고용 확보
인재교육 훈련체계 개선 필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단순히 기업만 살리는 성장이 아닌 소외 받는 이가 없는, 함께하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성장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탄소중립과 성장 동력을 동시에 이루는 미래전략 마련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21일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먼저 확대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 움직임에서 소외된 상태로 숙련된 전문가들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 상황이 지속되면 양질의 일자리를 국내에서 만들고 싶어도 못할 수 있다”며 “탄소중립에 따른 성장과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의 ‘2030 에너지 대전환 정책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독립을 통해 양질의 녹색일자리를 100만개를 창출하고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 신산업 육성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22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 역시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2030년까지 그린리모델링 확대, 그리고 기후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새롭게 늘어나는 적응 분야 일자리 등을 신규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지역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에 관심을 둔다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개념이 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통상 우리는 기업을 유치해 지역 일자리가 만드어 진다고 생각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지역 탄소 저감과 회복력을 높이는 녹색 일자리, 즉 기후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탈바꿈 = 기후·에너지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 역시 ‘2025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책 제안서’에서 해상풍력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단순히 재생에너지 확충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제조 설치 유지보수 등 전체 가치사슬 산업의 성장을 통해 내수산업을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넥스트는 “세계풍력에너지협회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해상풍력 14.3GW를 설치한다면 총 87조원 수준의 제조산업 경제적 파급효과 및 77만명 정규직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존 산업도시에 해상풍력 관련 사업장들이 있어 해당 지역 내수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부품은 육로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위한 제조와 설치, 유지보수 모두 항만이 필수적이므로 제조업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연안 산업도시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물부문도 에너지 일자리 창출에 역할을 할 수 있다. 건물부문은 냉난방과 같은 운용 수요가 큰 특성상 주된 에너지 소비처로 꼽힌다. 때문에 이 분야에서 에너지 전환이 제대로 일어난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녹색전환 부분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건물부문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 보고서에서는 “정부가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에서 제시한 그린리모델링을 실시할 경우 시장 규모는 2023~2050
년 1706조~2781조원, 연평균 63조~10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토대로 그린리모델링이 창출하는 노동자 수를 추산하면 연평균 30만~50만명에 이른다”고 언급했다.
이어 “건설부문의 녹색일자리는 고숙련·고임금 직무를 포함한다”며 “건설업을 기후위기에 따른 실업의 안전판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건설노동시장의 녹색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질의 향상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 전환시 고용 영향 분석과 녹색일자리 교육은 달라 =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 전환을 위한 교육부터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기대만큼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요국의 녹색 스킬 교육훈련 지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녹색 스킬을 갖춘 인력의 부족은 녹색전환을 지체시키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며 “산업전환 대상 근로자의 이·전직 교육과 저숙련 취약계층의 녹색 스킬 교육 접근을 높이는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예산의 확대를 통해 포용성과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녹색 스킬에는 △엔지니어링 과학기술 수학 컴퓨터 전자 등 공학적 스킬 △리더십 등 조직을 환경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관리적 스킬 등이 있다.
보고서에서는 “스웨덴에서는 사회적 파트너와 정부가 체결한 ‘전환을 위한 교육지원 협정’에 따라 취업을 했거나 준비 중인 성인 모두에게 미래 노동시장 요구에 맞춰 스킬을 확장·강화하는 최대 44주의 정규교육 재정 지원을 받을 권리를 부여했다”며 “우리나라 고용노동부는 산업전환에 대응한 지역·산업별 고용영향을 분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는 실업 위험 등 고용변화 상황을 파악해 지원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녹색 스킬 인력 양성을 위한 조사·연구와는 목적과 쓰임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녹색 스킬과 녹색일자리에 관한 별도의 주기적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인력양성의 방향과 과제를 정하고 녹색 스킬 교육훈련 체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에서는 실직한 중견 석유·가스 전문가의 재교육과 기술 부문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엣지 업(EDGE UP)’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 근로자와 디지털 직업과의 스킬 격차에 관한 연구조사를 기반으로 재교육 경로를 만들었다. 호주는 녹색 청정에너지 전환 수요가 많은 직업에 취약계층의 교육 참여와 고용 확대를 강조한다.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 기술 관련 핵심 직업 등 인력 수요가 많은 18만개 무료 직업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