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그록AI, 백악관 정보 침투 논란
“정보 접근 남용” 논란 확산 내부감시용 알고리즘 실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설립한 미국 정부 효율성부(DOGE)가 일론 머스크의 인공지능 챗봇 ‘그록(Grok)’을 연방 기관 곳곳에 확산시키면서 민감한 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24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DOGE가 정부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맞춤형 그록 버전을 배포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프라이버시법 및 이해충돌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DOGE가 그록을 활용해 질문을 던지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두 관계자는 DOGE 직원들이 국토안보부(DHS) 관계자들에게 그록 사용을 권장했으며, 이는 해당 부서에서 공식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DHS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민간 AI 도구 활용을 일부 허용했으나, 5월 민감 데이터 오용 우려로 상업용 챗봇 접근을 전면 차단하고 내부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DHS 측은 “DOGE가 특정 기술 사용을 강요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안을 단순한 ‘기술 도입’으로 보지 않는다. 정부 윤리 기준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머스크가 그록 도입에 직접 관여했다면 이는 금전적 이해가 얽힌 사안에 손을 댄 셈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리처드 페인터 전 백악관 윤리 고문은 말했다.
DOGE는 연방 정부의 낭비·비효율을 제거한다는 취지로 출범했지만 출범 직후부터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들을 해고하고, 부처 통폐합을 주도하는 등 강경한 행보로 논란을 빚어왔다. 특히 그록을 통한 데이터 분석이 본격화되면서 DOGE의 움직임은 ‘정부 시스템 장악 시도’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최근 DOGE 직원들이 국방부 산하 기관 직원의 이메일과 컴퓨터 활동을 감시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일부에선 “정부 내 트럼프 충성도 낮은 인물을 분류하라”는 내부 지침이 내려졌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그록이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용자가 입력하는 정보, 대화 기록, 분석 자료 등은 xAI 서버에 저장될 수 있으며, 이 데이터가 머스크가 소유한 다른 기업들(테슬라, 스페이스X, 스타링크 등) 사업에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민간 기업인 신분으로 AI를 미 정부 시스템에 이식하고, 동시에 수익화까지 노리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록 사용 추진은 DOGE 팀의 카일 슈트와 에드워드 코리스틴이 주도하는 연방 관료제 내 AI 활용 확대 노력과 맞물려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하지만 DOGE와 그록의 사례는 ‘공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특정 민간 기업의 이해관계가 정부 시스템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감시기술감독프로젝트(STOP)의 알버트 폭스 칸 전무는 “AI 확산을 핑계로 한 권력의 민영화 전형”이라며 “머스크가 백악관과의 밀접한 관계를 이용해 자신의 AI를 정부 시스템에 밀어넣고 있다면,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