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소환조사, 대선 이후로

2025-05-26 13:00:35 게재

‘공천개입 의혹’ 대면조사 필요하지만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투표, 파장 고려

‘도이치’·‘건진법사’… 줄소환 불가피할 듯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동시다발적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는 대선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김 여사측과 소환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며 지난 주말에라도 검찰청사에서 조사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김 여사는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지난 20대 대선과정에서 명씨로부터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같은 해 치러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하고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김상민 전 검사를 김 전 의원 지역구에 출마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앞서 명씨와 김 전 의원 등 관련자들을 조사한 수사팀은 김 여사측에 지난 14일 검찰청사로 나와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지만 불발된 바 있다. 김 여사는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응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명씨의 휴대폰 등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과 사건 관계자 조사를 상당부분 마친 만큼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수사팀은 이번 주에라도 김 여사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김 여사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대선 전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를 강행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밝힌 데다 대선 투표일을 코앞에 두고 김 여사를 소환하는 건 검찰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고검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 재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김 여사를 부를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2009~2012년 주가를 띄우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로 참여하고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고검 재수사팀은 최근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의혹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김 여사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다. 지난 21일에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 모씨를 조사했다. 이씨는 코스닥 상장사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사 자금과 가족 명의 계좌 등을 활용해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그가 관여한 계좌에서 시세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 여사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재수사팀은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당시 김 여사 명의 계좌의 인출 내역 등이 정리된 이른바 ‘김건희 엑셀파일’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블랙펄인베스트 전 임원 민 모씨에게도 이번주 중 출석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씨는 김 여사 계좌를 통해 이뤄진 ‘7초 매도’에도 관여한 인물이다. 2010년 11월 1일 작전세력으로 지목된 김 모씨는 민씨에게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불과 7초 뒤 김 여사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 매도 주문이 이뤄졌는데 법원은 주가조작 공범들 재판에서 이를 통정매매로 인정한 바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통일교 전 고위 간부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의 샤넬백 등 선물을 보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전씨로부터 샤넬 가방을 받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의 수행 비서 유 모씨를 조사한 데 이어 다른 비서들에 대해서도 소환을 검토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주변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뒤 대선 이후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검은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의혹에 대한 재기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폭로·고발한 인터넷매체 ‘서울의 소리’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한 항고기각 결정에 불복해 지난 23일 대검에서 다시 판단해 달라며 재항고한데 따른 것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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