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버드 보조금 뺏어 직업학교로"

2025-05-27 13:00:02 게재

법원 제동에도 공세 지속

유학생 명단 제출 요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학교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하버드에 지원되는 30억달러(4조1000억원)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회수해 미국 내 직업학교에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꼭 필요한 훌륭한 투자”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별도 게시글에서 하버드의 일부 외국인 유학생들을 “급진화된 미치광이(radicalized lunatics)”라 부르며 “정부가 이들이 다시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하버드로부터 외국인 학생 명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23일 보스턴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 금지 조치에 대해 임시 금지 명령을 내린 이후에도 하버드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시 법원은 하버드가 정부 조치로 인해 “즉각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하버드는 “국제 학생 없이는 하버드는 하버드가 아니다”라며 성명을 냈고, 앨런 가버 총장은 이번 조치가 “위법하고 부당하며 파괴적”이라면서 “학교는 법에 따라 국토안보부 요청에 성실히 응답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하버드를 포함한 아이비리그 대학들을 연이어 공격해왔다.

하버드에 대한 22억달러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동결한 데 이어, 면세 혜택 철회와 외국 기부금 조사, 교수 임명에 대한 감시 조치도 추진 중이다. 하버드는 지난달 행정부의 개입이 학문적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갈등은 미국 내 고등교육 전반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연방정부의 보건·에너지·과학 분야 보조금 삭감 조치에 따라 대학들이 비용 절감을 시작했고, 공화당은 의회에서 자산 규모가 큰 대학들의 기금에 대해 과세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미국 대학의 핵심적인 재정 자원인 동시에 우수 인재 유치의 원천으로, 이들의 유입이 막히면 연구 및 교육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미국 내 교수진은 캐나다, 유럽, 아시아 대학으로의 이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행정부는 최근 수천 건의 유학생 비자를 일시 취소한 바 있으며, 국제 학생에 대한 체포 및 구금도 이어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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